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23일] 재난대응시스템 다시보자

중국 쓰촨성 지진에 대한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지진으로 일어난 인명 피해와 건물 파손의 규모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번 지진의 원인에 대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싼샤댐 건설에 따른 인재(人災)론이다. 중국 정부는 양쯔강의 홍수를 다스리기 위해 착공 13년 만인 지난 2006년 5월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을 건설했다. 양쯔강을 막은 결과 무려 400억톤에 달하는 물이 한곳에 저장되면서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주변에서는 잦은 산사태가 났고 결국 이번과 같은 큰 재앙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 부처 떠넘기기·늑장대응 여전 바로 이웃나라의 대재앙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는지 또 이에 대한 대비는 철저하게 되고 있는지를 되묻게 된다. 우리나라에 강도 8의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높지 않다고 하지만 작은 규모의 지진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진이 아니라도 매년 반복되는 홍수와 태풍으로 도로가 마비되고 많은 주민이 집과 생활터전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1999년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과 인천 라이브호프건물 화재사건, 2003년 천안초등학교 축구부합숙소 화재사건과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등 인재로 인한 대규모 참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 규모는 20만명에 달하고 사망자 수는 1,200명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각종 재난 및 재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비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에의 대응은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기름 제거를 위한 국민의 자원봉사가 돋보인 반면 부처는 업무 소관을 핑계로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업무협조 부재로 피해복구 지원이 늦어지면서 지역주민들의 피해만 늘었다. 명확하지 못한 업무 소관과 부처 간 협조 미비는 재해가 날 때마다 늘 문제점으로 거론돼왔다. 오랜 세월 반복적으로 발생한 재난을 겪으면서 사전 예방책과 사후 처리방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 예컨대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대대적인 비상 매뉴얼 작성과 사고예방시스템 정비에도 불구하고 2월 대구지하철 2호선 만촌역 변전소 화재로 전동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등 10여일간 5차례에 걸쳐 전동차 운행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가. 재난예방과 복구를 위한 예산이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그래서 그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우와 태풍은 매년 여름마다 발생하는 자연재해다. 다음 여름이 오기 전에 재해복구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그 다음 해에는 더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태풍 매미로 크게 피해를 본 14개 시ㆍ군을 표본 조사한 결과 5개 시ㆍ군은 복구계획이 확정ㆍ통보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자체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57~117일이 지나서야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이 중 상당수의 공사가 다음 여름이 오기 전 완공을 목표로 무리하게 진행됐을 것은 자명하다. ■ 예방·복구체계 총체적 점검을 게다가 재해로 파괴된 시설이라면 피해 전 상태보다 더욱 견고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음에도 복구사업은 피해 전의 방식을 답습했고 재해복구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점검이나 평가시스템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국무회의에서는 재난안전 대책을 사후복구에서 예방관리 체계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자연재해에 대한 사전 대비의 재점검을 주문했다고 한다. 중국의 대재해를 거울삼아 우리의 재난예방 및 복구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래서 당장 올 여름부터는 홍수가 나고 태풍이 몰아쳐도 예년과 같은 이재민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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