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1년 전 장롱 속 금 모으기 운동이 전국을 휩쓸었다. 37.5g짜리 ‘별’을 내놓은 옛 장군이 있는가 하면 5,000만원 상당의 가게 금붙이를 들고 온 금은방 주인도 있었고 자식들 돌 선물로 받은 금반지를 들고 온 부부 등 금 모으기에 동참한 애틋한 사연들이 신문 지면과 TV 화면을 통해 보도됐던 걸 우리는 기억한다.
외환위기를 겪던 우리나라가 지난 1997년 12월3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한강의 기적’은 세계 앞에 산산조각이 났다. 국민들은 ‘아시아의 네마리 용’ 가운데 으뜸이라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는가 하는 망연자실함 속에 곧바로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여나갔고 이 운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나가면서 수집 창구마다 모아진 금붙이가 가득했었다.
특히 개신교ㆍ불교ㆍ원불교ㆍ천도교 등 종교계가 금 모으기 운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어떤 은행은 금을 맡기려는 시민들이 출입문까지 장사진을 쳐 본연의 일을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당시 3개월여 동안 범국민적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수집된 금을 팔아 번 외화는 20억달러에 육박했고 외국 매스컴은 위기극복을 위한 우리의 애국심과 단결력에 경탄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실물경기 악화로 이어지면서 또다시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원ㆍ달러 환율과 원자재 값은 가정과 기업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고 치솟는 원자재 가격은 물가상승과 소비위축을 불러왔다. 특히 외화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금융권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서 가뜩이나 소비위축으로 힘든 기업들은 아직도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IMF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풍부한 외환보유액과 낮은 부채비율 때문에 우리나라가 다시 경제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최근의 경제환경은 과거와는 또 다른 측면의 리스크 요인이 있고 100년 만에 한번 올까 하는 전세계적 금융위기여서 잘못 대처할 경우 지난번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IMF 외환위기라는 험난한 터널을 뚫고 나왔듯이 오늘의 어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고통스럽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어려울수록 더 강한 힘을 발휘해왔다. 다시 한번 우리의 저력을 보여줄 때다.
11년 전 금 모으기를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했듯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반드시 극복해야겠다는 굳은 의지와 마음을 함께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