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투쟁보다 일감을 선택한 한진중 노조

지난해 강성투쟁을 벌였던 한진중공업 노조가 파업만능주의와 투쟁지상주의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원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가두 캠페인에 나섰으며 자발적으로 수주물량을 확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상생의 노사문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사랑 받고 봉사하는 노조로 환골탈태하겠다는 다짐도 내놓았다. 타협과 협상을 기치로 내건 새 노조는 전체 조합원들의 80%가 가입할 정도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한진중공업 노조의 변신은 과격한 정치투쟁을 벌이다가는 결국 근로자들만 희생된다는 뼈아픈 현실을 온몸으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외부세력까지 개입한 노사 갈등으로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회사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다. 온갖 세력이 가세해 원정투쟁까지 벌였던 희망버스가 떠나간 자리에는 근로자들의 절망과 눈물만 남았다. 노조의 변신은 이미 성과를 보이고 있다. 회사와 노조가 합심하니 컨테이너선 수주도 조금씩이나마 되살아나고 있다. 회사를 떠났던 조합원들도 연말까지 다시 불러들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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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동계 내부에서도 정치판에 오염된 노조 집행부의 구태에 염증을 느끼고 회사의 이익이 곧 종업원의 이익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선거운동에만 관심을 쏟을 뿐 조합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거나 여론과 동떨어진 묻지마 식 정치파업에 현장조직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이달 말부터 정리해고 철폐, 노동법 재개정, 교육개혁 실현 등을 목표로 전면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세력 과시용 투쟁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보여준 변신과 그 이유를 직시해야 한다. 파업만능과 정치투쟁에서 벗어나 근로조건 개선과 노사 공동의 이익증대를 바라는 조합원들에게 봉사하는 본연의 노조활동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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