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킬러콘텐츠 전쟁… "공생은 없다"

'스포츠 중계권' 싸고 지상파 갈등 심화<br>SBS 올림픽·월드컵 중계 독점 양대 스포츠 '공조영역' 무너져<br>일부 중계권에만 투자 집중 "콘텐츠 균형발전 저해" 지적

스포츠 중계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SBS가 최근 자회사인 SBS인터내셔널을 통해 2010~2016년 4개 올림픽 독점중계권과 2010~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 뒤 KBS와 MBC가 공조계약을 깼다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스포츠 콘텐츠의 ‘두 얼굴’이 방송가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SBS가 이번 계약에 쏟아 부은 돈만 무려 2억 5,000만달러(약 2,000억원). 수준 높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는 것도 좋지만 일회성 중계에 무리한 돈을 써 자칫 양질의 방송콘텐츠 제작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공생은 없다=그간 올림픽,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 중계권은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코리아 풀’을 통해 계약됐다. 그러나 ‘코리아 풀’이 언제나 공고했던 건 아니다. ‘코리아 풀’ 파기의 원조는 KBS다. 96년 아시안컵 축구 중계권을 단독 계약하면서 MBCㆍSBS의 반발을 불러왔던 KBS는 올 2월 IB스포츠로부터 AFC 7년 중계권, 메이저리그 등 중계권 패키지을 구입해 올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독점 중계했다. MBC도 97년 KBSㆍSBS와 협의 없이 아시아축구연맹(AFC)로부터 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예선 중계권을 단독 계약, ‘도쿄대첩’으로 회자됐던 한ㆍ일전 등 주요 빅매치를 독점중계해 효과를 봤다. MBC는 2001년에는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4년간 3,800만달러에 계약해 ‘외화 유출’ 지적을 받았다. SBS의 이번 올림픽, 월드컵 단독 중계권 계약은 그간 마지막까지 지상파 3사간 공조영역으로 남아있던 양대 대형스포츠 이벤트를 한꺼번에 독점했다는 데서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KBSㆍMBC는 올림픽ㆍ월드컵 중계를 하기위해 IOC, FIFA가 아닌 SBS와 협상을 벌여야 한다. ‘대박’과 ‘쪽박’=MBC의 2001~2004 메이저리그 중계권. 박찬호 등 국내 메이저리거들의 잇따른 부진은 막대한 돈을 썼던 MBC의 적자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MBC 독점 기간이 끝나고 케이블TV 채널인 ‘엑스포츠’가 중계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 박찬호가 재기에 성공하면서 MBC는 더 가슴을 쳐야 됐다. 엑스포츠는 메이저리그 중계권 단 하나로 개국 두 달만에 1,000만 시청가구를 확보해 업계의 ‘총아’로 불렸다. 2004년 이승엽의 일본 진출과 함께 일본 프로야구 중계권을 산 케이블TV 채널 ‘수퍼액션’도 마찬가지. 당시 이승엽의 극심한 부진으로 손해를 본 수퍼액션은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반면 올 시즌 요미우리 독점 중계권을 산 SBS스포츠는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수퍼액션측 관계자는 “2004년 이승엽이 부진했을 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면서 “특정 스타나 국가대표팀 활약에 일희일비하는 스포츠 중계는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막오른 킬러콘텐츠 확보전=스포츠 중계권 과열은 케이블ㆍ위성ㆍ인터넷TV(IP-TV) 등 다양한 TV매체의 등장으로 이른바 ‘킬러 콘텐츠’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반증으로 분석된다. SBS의 독점 중계권 논란도 결국 날로 입지가 좁아져 가는 지상파에게 과거와 같은 ‘사이좋은 공생’은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줬을 뿐이라는 것.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 전체에 고르게 투자돼야 할 돈이 단순 중계에만 전용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윤호진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실정상 수천억원이 중계권료가 오가는 건 그만큼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걸 반증한다”며 “콘텐츠 산업에 전반에 대한 고른 투자 없이 스포츠 중계권에 집중되는 현행 경쟁구도는 시청자와 방송사 모두에게 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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