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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바닥이 매끄럽지 않아 보기에도 좋지 않고 지게차 운전자들도 불편해했습니다. 한데 어느 날 고속도로를 지나다 도로를 연마하는 그라인더를 본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지난달 29일 볼보건설기계 경남 창원공장. 조수형 공장장(부사장)이 반질반질한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 공장장은 지난 2012년 도로용 그라인더를 가져와 작업 차량이 다니는 주요 동선을 고르게 깎았다. 결과는 대성공. 공장 미관이 개선된 것은 물론 차량이 움직일 때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도 감소했다. 그는 "나중에 보면 별것 아닌데 처음 생각하기가 어렵다"며 "개선이란 콜럼버스의 달걀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창원공장 곳곳에는 공정 개선을 위한 임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굴삭기 뼈대를 만드는 가공공장 한쪽 상황판에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물류 흐름의 변천사가 그려져 있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컨베이어벨트는 곡선에서 직선으로, 여러 갈래에서 한 갈래로 바뀌었다. 1998년 250m에 이르던 동선은 2002년 170m, 2008년 125m로 줄어든 뒤 2012년 말 지금의 115m까지 단축됐다. 공장 내 안내 게시판에는 현장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보물찾기 개선제안' 코너가 있었고 다양한 의견이 담긴 메모지가 빼곡했다. 창원공장 직원 1,600여명은 한 명당 한 달에 2건꼴로 아이템을 제출한다. 조 공장장은 "공정 효율화의 핵심은 단순함"이라며 "직원들의 관심과 애정이 지금의 창원공장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창원공장은 한 조립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굴삭기를 만드는 혼류생산 방식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 주문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는 줄이지만 고도의 시스템과 직원의 숙련도가 필수적이다. 창원공장은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혼류생산 방식을 정착시켰고 주문을 받아 가공·조립·도장을 거쳐 완성품을 만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1990년대 28일에서 2000년 6.9일, 2010년 5일로 줄인 데 이어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인 4.6일까지 단축했다. 창원 공장 전체로는 9분마다 굴삭기 1대가 만들어진다.
창원공장만의 혁신적인 생산방식은 볼보그룹 본사의 눈에 띄었고 볼보생산시스템(VPS)의 기틀이 돼 독일과 인도·중국 등 볼보의 세계 공장에 전파됐다. '창원 스타일'이 세계로 뻗어나간 셈이다.
세계 건설기계 시장은 2011년 고점을 찍은 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부진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볼보건기의 매출액도 2011년 2조3,608억원에서 지난해 1조7,487억원까지 떨어졌다. 올해에도 중국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돼 볼보건기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중동과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석위수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은 "중동과 인도·페루 등 남미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보다 시장 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