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에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경제부처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몸소 '구두경고'에 나섰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분간 상승 곡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전날보다 5원 가까이 오름세로 출발했다. 환율 상승의 진원지는 유럽. 그중에서도 그리스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개를 든 것이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어김없이 한국 주식부터 팔아치우는 외국인들은 이날도 주식 투매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는 1,900포인트선이 붕괴됐고 이는 환율의 하락 속도를 키웠다.
환율이 4개월여 만에 1,150원선을 넘어서자 박 장관은 오전11시께 "최근 환율 변동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하다.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개입에 나섰고 환율은 상승폭이 다소 줄어드는 등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추가적인 상승을 막았을 뿐 1,140원대를 사수하는 데는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 1,160원 붕괴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외환전문가는 "1,150원을 넘어선 이상 그 다음 저항선은 1,160원"이라며 "정부가 '행동(달러 매도)'에 나서지 않고 '립서비스'에만 그친다면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힘이 빠진 상황에서 구두개입만으로는 환율을 관리하기에는 벅차다는 얘기다.
시장은 정부의 개입보다 오히려 수출업체 네고 물량을 주시하고 있다. 환율 상승시마다 수출업체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달러를 내놓고 있어 상승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환전문가는 "네고 물량과 정부 개입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유럽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1,160원 돌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