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선수 서장훈ㆍ김주성, 축구선수 김정우ㆍ이호, 야구선수 봉중근ㆍ이진영, 골프선수 박도규ㆍ안선주….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타들이 지난 21일 한자리에 모였다. 오는 2011년으로 예정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의 전자카드제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 위해서다.
전자카드제는 국무총리 산하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서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한 취지로 내놓은 정책이다. 현금을 내고 베팅하는 경마장, 경륜장, 스포츠토토 판매점에서 1인당 10만원의 상한선이 거의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제기됐다. 전자카드제는 구매자의 정보가 담긴 개인 카드에 돈을 넣은 뒤 한도액까지만 베팅하는 방식이어서 도박 중독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포츠 스타들이 왜 도박 중독을 막는 제도에 대해 거세게 반발할까. 스포츠토토 판매금이 대폭 줄어들 위험성 때문이다. 전자카드는 구매 절차가 복잡하고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새나갈 수 있어 이용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또 상한선 이상으로 돈을 걸던 사람들이 이제는 10만원 한도로 베팅할 수밖에 없다. 스포츠토토의 판매액수가 줄어들면 당장 체육계가 타격을 입게 된다. 체육계로 들어가는 체육진흥기금 재원의 94.1%가 스포츠토토에서 오기 때문이다.
결국 체육계와 정부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사안의 쟁점은 전자카드제 도입이라기보다는 체육진흥기금 축소에 대한 우려라고 할 수 있다. 체육진흥기금은 유소년 체육 육성과 생활체육 지원 등에 쓰인다. 스포츠토토 측은 독일의 사례를 들어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연간 약 1,500억원 이상의 체육진흥기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장밋빛 전망이다. 사감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스포츠토토가 건전해지면 가족 단위로 판매점을 찾아 오히려 판매액수가 늘어날 것”이라며 “체육진흥기금의 대체 재원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스포츠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자카드제를 도입하려면 체육진흥기금의 축소 위험과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한 절차일 것이다.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한다면 스포츠계의 거센 저항과 체육 약소국으로의 전락만 가져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