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당연" 은행권 "참담" ■ '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은행권 "정치논리로 결정" 국회 재논의 촉구정부 정책 일관성·신뢰성 훼손 비난 못면할듯 서정명 기자 vicsjm@sed.co.kr 문승관기자 skmoon@sed.co.kr 시행 여부를 놓고 은행업계와 보험업계 간에 논란을 빚어온 '방카슈랑스 4단계'가 결국 방카 폐지를 주장해온 보험업권의 한판승으로 결론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놓고 한마디로 총선을 앞두고 표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 정치 논리가 또다시 먹히면서 방카 4단계가 기약 없이 표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보험업법 시행령은 은행들의 보험상품 판매를 허용하면서 시기에 따라 단계별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를 규정해 놨었는데 이 가운데 오는 4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4단계 관련 규정을 삭제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권이 이날 국회의 방카 철회 결정에 즉각 반발하면서 철회를 둘러싼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국회·재경부 철회 합의… 시장 변화가 변수=4월1일부터 허용될 예정이던 방카슈랑스 4단계는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ㆍ치명적질병(CI) 보험 등 보장성보험 등의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상품들은 각각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의 간판 상품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보험업계는 그동안 법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방카슈랑스 4단계를 둘러싼 논란에서 보험업계의 '승리'로 금융계는 평가했다. 금융계에선 그동안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설계사 조직 등과 관련된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이 제도의 시행을 '유보' 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정치권은 보험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일각에서는 몇 년 뒤 금융시장 여건의 변화에 따라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사필귀정', 은행권 '참담'=4단계 방카 철회 소식이 전해지자 보험업계는 '사필귀정(事必歸正ㆍ좋은 일을 하면 반드시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의 소지가 큰 보장성 보험을 소비자의 편익 증진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해 추가 허용하는 것은 정책의 실패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4단계 방카의 철회는 당연한 결과"라며 "은행고객과 궁합이 맞는 저축성보험에 국한해 방카슈랑스를 허용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은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방카슈랑스와 관련된 많은 내용들이 왜곡되거나 과장된 상태에서 금융시장의 원칙이 배제된 채 정치논리로 결정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은행연합회도 논평을 통해 "4단계 방카 철회로 국내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졌다"며 "금융 완화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침과도 어긋나기 때문에 국회의 재논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책일관성ㆍ신뢰성 훼손 비난 면하기 어려워=이번 4단계 방카슈랑스 철회로 정부는 일부 이익 집단의 반발로 금융산업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미 지난 2005년 보험권의 요구에 따라 3년간 시행을 연기한 바 있고 철회 막판까지 재정경제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4월 4단계 방카 시행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비난의 강도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보험시장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의 보험시장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방카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일본도 보험업계가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시행시기 연기를 요구했지만 소비자 편익제고를 감안해 당초 계획대로 시행에 나선 것. 지난 2000년 보험업법을 개정, '보험 계약자 등의 보호를 하지 못할 우려가 적은 경우'에 한해 은행의 보험모집을 인정한 이후 7년여 만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험업계의 주장에 밀려 결국 4단계 방카 시행 포기라는 금융산업 정책의 오점을 남기게 됐다"며 "결국 금융소비자가 빠진 채 정치논리의 휘말려 추진 중인 정책이 철회되는 사례를 남기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은행과 보험업계간의 4단계 방카 시스템 구축도 사실상 중단돼 수백억원을 공중에 날리게 됐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민ㆍ신한은행 등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이 이미 방카 시스템 구축에서 손을 놓았다"며 "이번 결과로 그동안 투입된 수백억원의 비용을 날리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