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택경기가 급랭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경우 지역에 따라 집값이 절반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CNN머니와 마켓워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인 내셔널 시티 코프와 금융정보 공급사인 글로벌 인사이트가 미국 전역의 317개 대단위 주택시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1ㆍ4분기 기준으로 조사대상 시장 가운데 39%의 지역이 가격 거품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ㆍ4분기(36%)보다 증가한 것으로 거품붕괴의 징후가 짙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2004년 1ㆍ4분기의 같은 조사에서는 가격 거품이 매우 심각한 주택시장 비율은 1%에 불과했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집값 거품이 가장 심각한 곳은 플로리다주 네이플스로 102%나 과대평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거품붕괴 땐 이 지역의 집값이 ‘반토막’ 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도시의 경우 마이애미가 64% 과대평가돼 있으며 로스앤젤레스는 61%, 오클랜드가 47%, 새너제이와 뉴욕주의 내소와 서폴크 카운티들도 각각 44% 과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 폭락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내셔널 시티 코프의 리처드 드카저 수석애널리스트는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주택시장이 정상적이고 균형 잡힌 것이 아니라는 점이 큰 문제”라며 “주택가격의 조정시점이 됐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데이브드 레러허 수석애널리스트는 “연방기금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으로 인해 약 100만명이 주택 구입을 포기한다”면서 “내년과 그 이듬해에 (대표적인 주택시장 과열지역인) 샌디에이고와 마이애미,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급격한 판매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달 “미국 주택시장이 냉각되고 있으나 완만하며 질서있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거품붕괴’ 가능성을 일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