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최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자법인 설립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에 여행업·외국인환자유치업·국제회의업·목욕장업, 수영장·체력단련장 등 체육시설, 건물 임대, 장애인 보장구 제조 같은 의료기술 활용 분야 등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외국인 환자를 적극 유치하고자 하는 의료법인의 묶인 손발을 풀어주자는 것이 개정안의 목적이다. 또 의약품·의료기기 연구 개발, 숙박업·외국인 환자유치·여행업·국제회의업 등 의료관광, 그리고 장애인 보장구 등 맞춤 제조·개조·수리 등 의료기술 활용 분야에 한정해 자법인 설립을 가능하게 했다.
대학병원 수준 부대사업 허용은 당연
이에 대해 시민 사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법인의 비합리적인 영리 추구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민영화'라는 개념도 맞지 않고 실체도 없는 음모론을 들어가며 막무가내 반대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이번 개정안은 개인 영리병원이나 학교법인 등 다른 비영리법인들에는 그동안 특별한 제한 없이 허용돼오던 부대사업을 의료법인에도 허용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일부 제한된 사업에 한정하고 자법인 설립에서도 성실공익법인 요건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 개정안이 실현되더라도 여전히 다른 형태의 병원에 비해 불공정한 규제에 갇혀있게 되는 셈이다.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면 우려하는 바대로 의료가 민영화될까. 지금까지 개인 영리 또는 비영리법인 병원에 부대사업이 무제한 허용됐었지만 의료민영화나 의료비 폭등 같은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개정안에는 의료법인 병원이 부대사업 부문의 이익을 위해 저지를지 모를 과도한 검사나 강매 행태를 예방하기 위해 '의료기기 임대·판매업'과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을 금지하는 보완조치가 이미 강구돼 있다. 현재 영리사업체가 독식하는 부대사업 영역에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진출함으로써 부대사업 영역에서 창출되는 이윤을 비영리법인이 흡수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익성이 커진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자법인 허용도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다.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하는 의료법인에 국한해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자법인 수익의 고유목적사업 재투자 의무 부과, 자법인 출자 제한, 자기거래 금지, 자법인 위험에 대한 방화벽 설치 등의 규제를 통해 의료법인의 건전성과 비영리성을 극히 보수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 수순 주장은 억측
부대사업은 의료서비스 외의 영역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거나 주식회사 형태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한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의료민영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사실 민간 사업자가 90% 이상인 우리 의료는 이미 더 할 수 없을 만큼 영리화·민영화돼 있다. 중요한 것은 '민영화'가 아니라 이미 '민영화'된 민간 공급자가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한편 이들이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에게 공익적 행태를 취하도록 더욱 강력하고도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일이다.
사회적 자산인 의료법인이 의료관광사업 등 비의료 부대사업 영역에서 추가 수익을 얻을 기회를 허용하는 일 자체는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개정안에 이미 여러 보완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면 합리적 논거를 기반으로 치열하게 토론하자. '의료민영화'라는 막연한 음모론과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그리고 정치적 진영논리에 빠져 우리 의료공급체계의 혁신을 가로막는 일은 이제 지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