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일산직업능력개발센터에 있는 시각장애인 체험 시설 ‘센스 더 블랙(Sense The Black)을 경험해봤다.
아무리 어두워도 익숙해지면 보이던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한줌의 빛도 없는 완전 암흑 속에서 흰 지팡이와 소리에만 의지한 채 길을 걸었다. 새소리·물소리 들리는 숲속을 지나고 경적소리 울리는 횡단보도를 건너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음료수 한잔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 앞이 안보이자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차분해졌다.
이곳은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과 똑 같은 조건으로 그들의 일상 생활을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든 곳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공연전시 진행요원 등 또다른 취업 실습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운영하는 일산직업능력개발센터는 전체 학생 192명 중 중증 장애인이 141명에 달할 정도로 취업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 단순 조립 교육을 1개월째 받고 있는 지적 장애인 이상수씨(21)는 마침 장애인의 날(20일)에 인근의 박스 제조업체로 첫 출근을 할 예정이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조립 실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월급을 84만원 받기로 했는데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릴 생각”이라며 “돈을 벌 수 있게 된 게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에게 컴퓨터 작업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는 비장애인의 선입견이었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김명섭씨(31)는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소리로 확인을 하면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액셀 프로그램으로 견적서를 만들고 있었다.
김씨를 가르치는 교사 김상준씨 역시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안마 외에는 거의 없는 줄 알지만 교육만 받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교육의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상 일산직업능력개발센터 원장은 “맞춤형 교육은 지난해 60% 수준에서 올해는 70%를 늘릴 계획인데 불황이라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며 “기업들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