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했다. 이는 잠재성장률은 물론 정부가 예산안 편성시 제시했던 4.6% 보다도 낮은 것이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안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지금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한은의 전망치마저도 달성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민간경제연구소에서는 4%대 초반, 심지어 3%대에 그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참여정부 출범 후 5년간 경제성장률은 올해(5% 예상)를 제외하고 4년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한은이 성장잠재력의 추세적 약화를 지적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성장잠재력 약화는 우리경제의 미래가 어둡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그런 만큼 경기가 더 이상 가라앉는 것을 막고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비상한 각오와 효율적 대응이 요구된다.
내년 우리경제는 물가를 제외하고 어느 것 하나 밝은 것이 없다. 민간소비와 수출은 증가율이 올해보다 떨어지고, 지난 몇 년간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도 소폭 흑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는 그 동안 바닥을 기었는데 그마저도 올해보다 증가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사정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문제는 상황이 당초 전망보다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환율하락이 심상치 않다. 원화강세로 기업들이 수출을 포기하거나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데 달러약세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어림하기 조차 힘드니 걱정이다.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변수가 많아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대선 정국이 전개되면서 레임덕과 정치권 요동에 따른 정책불확실성도 부담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투자기피 등 보수적 경영으로 나설게 뻔하다. 투자부진-고용사정 악화-소비부진-투자부진의 악순환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활성화가 중요하며 이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