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가 있는 풍경/10월 18일] 지붕 위의 살림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 (창비 刊)

검은 지붕에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이 필 때 붉은 고무대야에 수돗물을 틀어놓고 찌든 이불을 치댈 때 흰구름이 지붕을 덮고 나무를 덮고 마을을 덮고 지나갈 때 까칠한 수염의 가장이 숫돌에 칼끝을 문지를 때 지붕으로 뛰어올라온 닭이 벌어진 꽃의 이름을 캐물을 때 기둥에 매달아 놓은 옥수수 종자가 아장아장 아이에게 말을 걸 때 둥근 집의 살림은 댓돌 위의 신발처럼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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