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권력이양 방안 논의중
33년 철권 통치를 휘둘러온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퇴진을 수용해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으로 붕괴한 3번째 독재자로 자리매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은 예멘이 알카에다의 거점이어서 살레 대통령의 권력 이양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CNN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살레 대통령이 전날 군부의 반정부 세력 합류로 정권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야권과 평화적 정권 이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살레 대통령은 올해 내로 권력을 이양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야권 일부에서는 권력 이양 협상 시한을 48시간으로 못박고 있어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궤적대로 조만간 퇴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NN에 따르면 살레 대통령과 야권은 이날 ▦살레 대통령이 올해 안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며 ▦대통령 가족이 군부 등 주요직위에서 물러나는 것을 포함해 정부는 헌법 및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국민들의 시위권 보장 ▦유혈사태 진압조사위원회 구성 ▦사망 또는 부상한 시위대원 국가가 보상 등의 내용을 합의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예멘 야당 의원을 인용, 살레 대통령이 퇴진하고 정부 군사위원회가 권력을 이양 받아 대선과 총선을 치를 때까지 국정을 책임지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양측 간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대통령 측에 48시간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 20일 내각 해산 방침을 밝히는 등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유화책을 내놓는 등 자신의 현재 7년 임기가 종료되는 2013년 이전에는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국내외 퇴진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를 지지해왔던 군부의 이탈이 가속화됨에 따라 정권이양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예멘 사태는 살레의 최측근 장성이자 육군 제1기갑사단장인 알리 모흐센 알 아흐마르 소장이 21일 정부의 유혈진압에 반대하며 반정부 시위대 지지를 선언하면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흐마르 소장의 발표 이후 준장급 장성 2명을 포함해 장교 60명과 경찰 50명이 시위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군 내부에서 시위 동조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