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구입 미술품 보관 장소로 알려져<br>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참고인 자격 소환
| 21일 오전 배호원(가운데) 삼성증권 사장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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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미술품 무더기 발견
특검, 에버랜드 창고 압수수색'행복한 눈물' 등 고가 작품 있는지 파악 주력비자금으로 구매 확인땐 홍라희씨등 소환할듯
김광수 기자 bright@sed.co.kr
이건희 회장 일가 등이 비자금을 통해 구입한 고가 미술품을 은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용인 에버랜드 물품 창고에서 미술품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특검팀은 수만여점의 미술품 가운데 실제 삼성이 비자금으로 사들인 작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이 부분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삼성 관계자들과 삼성가(家)를 대신해 미술품을 구매해준 화랑 대표들의 소환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삼성 특검팀은 이날 오후3시50분쯤 용인 에버랜드 인근 물품창고와 삼성화재 자동차박물관에 수사진을 보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진 압수수색에선 비자금 사건의 핵심 단서가 될 미술품이 대거 발견됐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미술품들이 창고 안에 잘 정리된 상태로 보관되고 있는데 규모가 수천점에서 수만점에 이른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들 미술품 중에 고가의 미술품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곳에는 삼성 측이 비자금을 조성해 구입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포함한 엘스워스 켈리, 프랭크 스텔라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그림이 보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창고 안에는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설비가 돼 있으며 그림 외에도 고가구ㆍ청자ㆍ백자 등 다양한 미술품이 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수색을 통해 수천~수만점의 미술품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중에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대로 '행복한 눈물(90억원)' '베들레헴 병원(100억원ㆍ프랭크 스텔라) 같은 고가의 작품이 존재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에선 이곳에 보관 중인 것들은 삼성이 운영 중인 삼성박물관 리움, 호암ㆍ로댕미술관 등에 전시했던 작품과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소장한 것들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 변호사는 삼성 측이 차명계좌를 통해 확보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였으며, 이를 통해 재산을 불법 승계하는 데 쓰였다고 주장해왔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의 부인인 홍씨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용씨의 빙모인 박현주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부인인 신연균씨 등이 지난 2002~2003년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원대의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며 "이 기간에 미술품 구입 대금으로 해외에 송금된 액수만 600억원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도 지난해 수사를 통해 김 변호사의 차명계좌에서 약 17억원이 국제갤러리로 이체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의 압수수색을 통해 고가의 미술품 존재가 드러나면 삼성 측 비자금이 미술품 구입에 쓰였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전망이다. 이 경우 특검은 홍씨를 비롯해 이명희 회장 등 삼성가의 안주인들과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서미ㆍ국제갤러리 대표 들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변호사의 폭로 이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행복한 눈물' 등의 구매 사실을 시인했다 이를 다시 번복한 채 잠적했으며, 국제갤러리 대표는 해외 출장을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과 실무진 등을 불러 차명 의심 계좌의 개설과 자금 운용 등 비자금 조성ㆍ관리 여부에 대해 밤 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입력시간 : 2008/01/21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