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는 이성재가 최강경책으로만 나오자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중국랭킹1위의 자존심도 꿈틀거렸다. 기회를 봐서 혼을 내주어야겠다고 작심을 했다. 내가 이래 봬도 너희 임금격인 이창호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몸이다. 너희와는 격이 다르다. 창하오도 최강경의 수를 들고나왔다. 백56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지극히 강인한 수 같은 이 수가 무리였고 여기서 창하오는 급전직하로 무너지게 된다. 백56으로는 참고도1의 백1 이하 7로 둘 자리였고 이 코스라면 아직 균형권이었다. 창하오도 이 그림을 가장 먼저 검토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중앙의 흑이 크게 부푼다는 점이 꺼림칙하여 마음을 바꾸었던것인데 결과적으로 더 힘든 길을 걷게 되었으니…. 백58은 고심의 일착. 참고도2의 백1로 젖히는 것은 흑2 이하 6으로 눌려 백이 불만이다. 흑59 이하 67은 창하오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초강경 도발이었다. ‘이 친구가 무리를 하고 있군. 허리를 우지끈 부러뜨려 줘야겠다.’ 창하오는 흑을 혼내주는 수읽기에 신중히 몰입했는데….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