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37> 최첨단 기술 IoT '삶'을 묻다


“아침에 일어 나면 빵이 구워져 있고, 비슷한 시기에 커피가 끓여져 있다. 자동으로 걷혀진 블라인드 덕분에 부드러운 아침햇살이 거실을 아름답게 비춘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집’이 대신 해준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스마트 홈’, 즉 기기를 통해 집 안의 가전제품을 통제하는 서비스 모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어플리케이션 하나만 다운받으면 집 안의 전력 이용 상태나, 여러 기기들의 활용 상황 등을 통제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은 정말 많습니다. 게다가 모바일 메신저로 시스템에 말을 걸 수 있는 기능까지 등장했습니다. 카카오톡, 라인 같은 메신저를 쓰면서 냉장고나 세탁기 등에 지시를 내리는 모델입니다. 이러한 접근을 가리켜 ‘의인화’ 기반 상호작용이라고 합니다. 최대한 사람의 평소 소통 방식에 맞게끔 기기에 정보를 주고, 그를 통해서 도움을 받거나 자잘한 일들을 자동화시킴으로써 일상에서 부담을 더는 것이죠. 이를 가리켜 전문가들은 ‘위임’(Empowerment) 모델, 즉 최대한 시스템이 데이터(Data)와 자동화(Automation) 기술을 통해 모든 작업들을 대신 해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판단까지 스스로 내려 주는 서비스 유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도로 위임된 시스템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사람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관리하는 힘이 점점 떨어지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스마트 팜(Smart farm)처럼 빌딩이나 주거지역 안에 농장을 두고 적절히 시스템의 관리와 사람의 관심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서비스들도 관심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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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결과들은 바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즉 우리 세상의 수많은 기기와 사람을 서로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그것들을 함께 쓰기 위한 움직임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요즘 들어 ‘연결’(Connection)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쓰레기통 같은 것에 센서를 달아 24시간 양을 측정하고, 더 나아가 시청이나 구청 등에서 효과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게끔 한다는 사례 등이 대표적입니다. 과거 같으면 사람이 직접 해야 할 일을, 센서 기반의 상황 인식 데이터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게 해 주고, 그를 위해서는 수많은 기기들이나 서비스들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서로 다른 것들을 묶어 주고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만이 가치를 창출하는 길일까요? 우선 그 연결 자체를 사람이 자연스럽다고 느낄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세탁기를 자주 이용하는 주부가 있는데 그는 토스트로 빵을 구워 먹는 것을 좋아 한다고 해 보죠. 사실 그의 머릿속에서 두 행위가 전혀 연관성이 없을 순 없겠지만 두 기기를 연결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입니다. 같이 쓸 가능성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연결이 늘어날수록 단일 기기뿐만 아니라 그들끼리의 조합에 대해 사용자가 학습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또 다른 ‘정보’가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일단 자기가 처리할 수 있는 양 이상의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거부감, 또는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좋은 서비스를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 질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독보적인 기술이 등장하면 그로 인해 새로운 사업 기회와 사용자 경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듯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입니다. 특정한 기기 간의 연결, 또는 서비스 간의 연결이 얼마나 좋은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가 알려면 먼저 삶을 관찰해야 합니다. 전자제품을 개발하는 이들이 문화인류학자, 라이프스타일 전문가에 준하는 능력을 갖춰야만 더 적합하고 효율적인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죠. 전부터 많은 이들이 강조해왔던 ‘삶’으로의 회귀, 결국 돌고 돌아도 근본적인 것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는 최첨단 기술 IoT에도 예외가 아니니까요.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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