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FT "서방, 푸틴에 '체면 살린 퇴로 주기' 모색"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체면을 살리면서 크림반도에서 퇴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미국과 유럽 외교관들이 지난 24시간 동안 가장 많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두 개의 문구는 ‘점진적 축소’(de-escalate)와 ‘출구’(off-ramp)였다.


여전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3일(현지 시간) 서방 외교관들의 주된 관심사는 제재보다는 긴장완화 및 푸틴에게 체면을 살리면서 퇴각할 길을 열어주자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방 국가들이 급하게 조율한 정책의 주안점은 러시아를 겨냥한 경제적 제재 혹은 군사행동에 대한 위협 대신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다수파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푸틴의 요구를 맞출 수 있도록 크림반도에 국제감시단을 보내자는 것이었다.

EU 외교장관들은 3일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만약 러시아군이 퇴각하지 않을 경우 선별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이들이 강조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강경 제재보다는 ‘크림반도에서의 국제적 감시와 중재’였다.


카를 빌트 스웨덴 외교장관은 “일부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군사력에 감명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조만간 한계가 있단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그런 순간은 아마도 오늘이나 내일, 혹은 모레는 아닐지 몰라도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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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들의 강온 양면전략이 러시아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주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때만 해도 크림반도에 국제감시단을 보내자는 아이디어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EU 외교관들은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에 진상조사단을 파견하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제안에 동의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부통령 역시 3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통화에서 국제감시단 파견을 재차 제안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러시아 정부가 외교적 메시지의 미묘한 부분들을 귀담아듣는 것 같은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러시아 외교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초점을 맞추며 “러시아에 대한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고위 러시아 외교관리도 “만약 서방의 선동에 의해 야기된 피 비린내나는 혼란이 러시아 국민의 살상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한계선을 넘어서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과 EU의 관리들은 점차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 발언은 자제하는 대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이끄는 진상조사기구 및 연락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 등을 통해 평화적 해결책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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