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누리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A 보좌관은 최근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실과 안철수 대선캠프를 거쳐 H그룹 계열 광고업체 홍보업무를 시작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실, 환경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B 보좌관도 국내 최대 주류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C 보좌관은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한 경력을 살려 식품ㆍ바이오 사업을 펼치고 있는 대기업 계열사에 새 둥지를 틀었다.
또 올해 민주당 보좌진 3명은 한꺼번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국회 보좌진이 기업의 영입 대상 '0순위'가 된 것은 정치권의 움직임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만큼 영향력이 커진 탓이다. 일감 몰아주기, 통상임금 등 사안 하나하나에 기업의 수익성과 사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입법 단계부터 선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회 출신들의 잇단 민간기업 이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보좌진 사이에서는 엄연히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국회 출신이라고 민간으로 옮기는 데 문제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다. 국회의원들이 원한다면 언제든 새로운 사람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고 선거에서 지면 바로 월급이 끊길 만큼 고용이 불안정하다 보니 늘 직업을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보좌진이 갑(甲)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4년짜리 비정규직'"이라며 "안정적이고 좋은 자리가 나면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국회의 권력집단화 때문에 벌어지는 일종의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 대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는 "법을 만드는 것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아무래도 국회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의원실에서 말 한마디라도 더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