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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또… 한국에 엄청난 위기 닥쳤다
올들어 전세가격 가파르게 올라 임차인 전세 보증금 못받는 등하우스푸어 이은 렌트푸어 위험 "정부, 충격 최소화할 정책 필요"
박태준기자 june@sed.co.kr
아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불안한 전세시장] 월세 크게 늘어 전세 품귀… 매매가의 77%까지 치솟을 수도
대한민국에만 있는, 그리고 대표적인 임대차 유형인 전세. 이 전세시장이 불안하다. 잠시 주춤했던 전셋값이 올 들어 다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며 가파르게 올랐다. 여기에 매매가는 떨어지다 보니 전세가율은 거침없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봄가을 이사철만 되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전세시장 불안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시장의 불안이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닌 임대주택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의 본질적인 체계가 재편될 때까지 이 같은 추세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변화의 과정에서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주거비 상승으로 무주택 서민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등 다양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의 신속한 전세대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의 전세대책은 전셋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전세시장을 진정시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불안, 구조변화 탓"=KB국민은행 주택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0.6% 올랐다. 2012년 연간 상승폭 4.3%와 비교했을 때 급등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2.2%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올 2월까지 0.8% 상승했다. 두달 만에 지난해 상승폭의 절반에 가까운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을 끌어올린 강남 3구의 경우 강남구가 같은 기간 2.1%나 올랐으며 서초구(1.4%), 송파구(1%) 등도 상승폭이 컸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 상승 추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7.1% 떨어지는 동안 전세가는 1.1% 올랐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아파트 전세가율은 54.4%에서 58.3%로 수직 상승했다. 전세가율이 이미 60%를 넘어선 자치구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동작구는 67.2%로 70%에 육박했고 서대문ㆍ중랑ㆍ관악ㆍ도봉 등 서울 15개 구의 전세가율이 60%를 넘은 상태다.
전세시장이 불안한 이유로는 민간 임대주택 공급 부족을 들 수 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8만6,942가구. 2008~2012년 평균인 14만2,755가구보다 39.1% 줄었고 전세 재계약 물량도 1~3월에 몰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다. 임대주택시장이 전세 위주에서 월세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박 전문위원은 "임대주택의 총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라며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보증부 월세 등으로 돌아서면서 순수 전세 매물이 부족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것은 전세가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음에도 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지 않고 전세시장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경우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서면 매매시장으로의 이동이 빠르게 확산됐지만 최근에는 이런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우스푸어 위험 렌트푸어에 전가 가능성"=민간주택 공급 부족과 임대주택시장의 체제 변화, 임차인들의 전세시장 잔류로 인한 가격상승 압박 등 세 가지 요소가 고루 갖춰진 전세시장의 불안은 얼마나 계속될까.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전월세시장 전망과 리스크' 보고서에서 "전셋값이 앞으로 2년~4년 이상 계속돼 수도권의 경우 매매가의 65~77%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경험치에 최근의 시장 변화를 반영해 내놓은 결론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역시 "정부의 대책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부동산시장의 펀더멘털이 붕괴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전세시장 불안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전셋값 상승과 월세시장으로 전환'으로 요약되는 임대주택시장의 불안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전세가율 상승으로 하우스푸어의 위험이 렌트푸어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주택이 임대인 부실에 따라 경매로 넘어갈 때 임차인은 전세 보증금의 20%가량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수도권 전세 임대 54만여가구 중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초과하는 약 19만가구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험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월세시장으로 밀려나가는 무주택자들의 심리적 박탈감과 이에 따른 소비위축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월세시장으로 이동한 임차인들은 실질소득이 줄어 소비심리가 극히 위축된다"며 "이는 하우스푸어에 이어 렌트푸어도 내수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