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카자흐

지난 19일 카자흐스탄의 신행정수도 아스타나. 진눈개비가 흩날리던 궂은 날씨에도 현지 고위 공무원들과 방송은 물론 한국 기자단들이 중견건설업체 동일하이빌의 첫 입주식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동일하이빌의 관계자들은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하나같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역경을 딛고 오늘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일하이빌이 ‘한국형 주택문화’를 앞세워 지난 2004년 카자흐스탄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이후 카자흐스탄은 국내의 중견ㆍ중소 건설업체들에 매력적인 해외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라 불리는 알마티시(인구 150만명)에는 한국의 중견ㆍ중소 시행사 및 시공사들 30여개가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국내의 대형 건설업체 중 하나인 G사 역시 주택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치열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며 ‘레드오션’이 펼쳐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식 아파트’를 강조한 대동소이한 마케팅 전략은 물론 모니터 요원을 동원한 상호 비방전까지 펼쳐지고 있다. 한국 진출 기업수가 늘면서 현지 전문인력의 인건비 인플레이션 심화도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200~300불 선이었던 통역 월급이 현재는 700~800불까지 치솟으며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시장도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는 실정. 8월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지면서 카자흐스탄의 취약한 금융구조도 심하게 타격을 받게 됐다. 연12~14%이던 시중 은행 금리가 현재는 2배 이상 상승했고, 1~2개 메이저 은행들을 제외하고는 주택 대출이 전면 중단되면서 분양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한국 업체들은 초기 투자 비용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되돌아가거나 분양시기를 정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브랜드 파워에 밀려 중견 및 중소 건설업체들이 필사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최근에 두드러지는 현상 중 하나다. 하지만 충분한 사전 준비와 현지에 진출한 국내업체 간 최소한의 ‘페어플레이’ 정신이 지켜지지 않는 한 그 어느 곳에도 블루오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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