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서 연구가인 조병순(84) 성암문고 관장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은 기존에 알려졌던 '직지심경' (直指心經)이 아니라 '삼장문선'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조 관장은 최근 한국서지학회 학술총서로 펴낸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新刊類編歷擧三場文選對策)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서에서 "삼장문선 구본(舊本)에 사용된 활자가 1341~1370년 사이의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증거들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은 1372년 고려 공민왕 때 간행된 '직지심경'이다. 조 관장은 이 연구서에서 중국 원나라가 주관한 국제 과거시험 준비 수험서였던 '삼장문선'의 구본을 조선 초기의 신본(新本)과 면밀히 대조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1970년대에 처음으로 존재가 알려진 '삼장문선 5ㆍ6권'에 사용된 활자가 조선 초기인 1403년(태종 3년)에 만든 계미자(癸未字)의 작은 글자인 '계미소자'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조 관장은 이런 학설에 대해 "조선 초에 계미소자를 따로 만든 것이 아니라 고려 서적원(書籍院)에서 만들어 썼던 활자들을 조선시대에 이어받아 계미자의 작은 글자로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