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발 '새 기축통화 논의'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신흥국은 물론 서구권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새로운 기축통화와 금융 시스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증폭되면서 1940년대 브레튼우즈 협정 이후 지속돼 온 현 금융 지배질서에 균열이 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을 순방중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7일 "국제 사회가 너무 오랫동안 강성해진 신흥국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운영돼 왔다"며 대표적인 국제금융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 대한 서구권 지배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총리는 "세계은행과 IMF는 지난 60여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대표를 나눠 갖는 암묵적인 형태로 전 세계 금융 질서를 좌우해 왔다"며 "국제 기구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 반드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세계은행 총재가 미국인이어야 할 이유가 없고, IMF 총재 역시 유럽에서 인선돼야 할 까닭이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끄는 UN의 경제 전문가 위원회도 달러화를 대신할 새로운 기축통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문가 위원회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간된 보고서에서 "새로운 글로벌 기축통화시스템은 글로벌 안정성에 기여하고 경제 회복 및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와 같이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와 AFP통신은 이 같은 전문가 위원회의 관점이 중국이 제안한 IMF의 특별인출권(SDR) 확대를 시사한 것이라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국을 대표하는 중국의 '미국 때리기'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셰쉬런(謝旭人) 중국 재정부장은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행장에 이어 인터넷 성명을 통해 "세계 금융시스템을 총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인민은행은 특별보고서를 발표해 국제금융에 대한 감독체계가 허술함을 지적했다. 셰 부장은 재정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다원화된 국제통화시스템을 수립해 각국이 환율정책상에서의 협조를 강화함으로써 주요 기축통화에 대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개혁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대표권과 발언권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은행 금융연구소도 "국제금융 감독 및 협력시스템은 아직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며 "기존의 금융관련 국제기구들은 오직 선진국의 거시경제 흐름에만 의거해 운용돼 왔을 뿐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해 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