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소세를 내린 것은 내수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이다. 당장 24일 출고분부터 인하된 특소세가 적용된다.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를 받을 자동차업계는 약 2만대의 추가 판매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특소세 인하로 발생할 올해 2,400억원의 세수감소를 내수진작 효과가 상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않게 나오고 있다. 세정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땜질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문제거니와 총선을 한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선심성`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정책을 서두를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국산차 최대 200만원까지 인하=승용차의 경우 2,000㏄ 이하는 기존 5%에서 4%로, 2,000㏄ 이상은 10%에서 8%로 각각 특소세가 낮아진다. 이를 가격으로 환산하면 국산차의 경우 차종별로 9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내려간다. 소형차 클릭(현대자동차) 1.3W 오토의 경우 979만원에서 967만원으로 12만원, 준중형 라세티(GM대우) 1.5 다이아몬드의 경우 1,451만원에서 1,433만원으로 18만원이 인하된다.
중형차 싼타페(현대) 2.0 골드는 2,127만원에서 2,101만원으로, 쏘나타 2.0 GVS는 1,668만원에서 1,648만원으로 각각 26만원, 20만원이 내려간다. 국산차 중 최고급 모델인 에쿠스(현대) VL450 리무진은 8,690만원에서 8,490만원으로 200만원 떨어진다.
외제차의 경우 BMW 530 모델(3,000㏄급)은 8,850만원에서 8,700만원으로 150만원이 내려간다. 자동차업계는 약 2만대의 추가수요가 예상되며 특히 혜택의 폭이 큰 2,000㏄급 이상 대형차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어컨은 세율이 16%에서 11.2%로 내려가면 15평형짜리가 203만원에서 11만원 싸지며 프로젝션TV는 세율이 8%에서 5.6%로 떨어져 40인치짜리가 190만원에서 5만원이 내려간다. 골프채의 특소세는 20%에서 14%로 낮아져 115만원짜리 세트의 경우 10만원이 인하된다.
◇인하조치 왜 나왔나=수출시장에 비해 극도로 침체돼 있는 내수를 살리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종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지난 1월 특소세 폐지방침을 밝힌 뒤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는데다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내수침체가 이어짐에 따라 소비심리를 촉발시킬 계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탄핵사태ㆍ폭설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까지 극도로 위축돼가고 있는 현실과 내수부진 타개책으로 특소세 인하를 줄기차에 요구해온 자동차업계의 건의가 수용됐다는 측면도 있다. 이 실장은 “직접적인 소비증가는 물론 기업들의 특소세 인하광고 활동도 소비심리를 촉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경부는 특소세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는 월 300억원, 연간 2,4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총선용 논란 우려=그러나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재경부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자동차업계의 요구를 “턱도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할 정도로 특소세 인하에 극히 부정적 입장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 세제실장은 인하시기를 현 시점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에어컨의 경우 4~7월 중 전체 물량의 60%가 팔리고 TV는 아테네올림픽이 8월 중순부터 열리는 것이 고려됐으며 자동차도 통상 봄에 많이 팔린다는 점이 고려됐다”며 부인했다. 정부는 또 이번 특소세 인하조치와 별개로 자동차와 유류를 제외한 품목의 특소세는 아예 폐지하는 작업은 예정대로 올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