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개 기업이 지난주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며 총 규모는 1조9,6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지난 21일 실시된 신용등급 'AA+'인 이마트(139480)의 3·5년물 회사채 2,0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에는 3,400억원이 몰렸다. 반면 지난 20일 신용등급 'AA-'인 동원산업(006040)의 3년물 1,000억원 규모의 수요예측에는 3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나란히 수요예측을 진행한 신용등급 'A-'의 대한제당(001790)과 휴비스(079980)의 경우, 휴비스가 3년물 300억원의 수요예측에서 400억이 유입되며 흥행에 성공한 반면 대한제강은 3·5년물 500억원의 수요예측에 3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정연홍 대우증권 연구원은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는 매우 좋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펀더멘털에 따라 투자 여부를 선별한다는 의미다. 특히 건설·조선·발전 등 경기에 민감한 종목과 내수 기반이 있어 경기 영향을 덜 받는 기업 간 편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예전엔 신용등급만 'A+'를 넘기면 수요예측에 참여했지만 각종 리스크가 커지면서 동일한 등급 내에서도 기업별 특수성과 적절한 발행금리를 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그룹 계열사로 신용등급도 'AA'로 같은 GS리테일(007070)과 GS EPS의 수요 예측이 대표적 사례다. GS리테일은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5,900억원이 몰렸지만 GS EPS는 실적 악화 우려 속에 5·7년물 회사채 1,000억원의 수요예측에서 5년물(500억원)에서 200억원의 미매각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GS리테일은 편의점·수퍼마켓 등의 현금창출력이 우수해 재무 상황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의 이 같은 투자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신용등급 'A' 회사채의 경우 전반적 업황이 좋지 않거나 채무상환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면 시장의 외면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