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설비(플랜트) 부문과 중동 지역에 편중된 해외 건설 수주 구조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07년 이후 중동 지역에서 공사 발주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플랜트가 주종을 이루다 보니 특정 지역과 공종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었지만 해외 건설 수주의 지속적인 성장과 리스크 감소를 위해서는 다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의 전통적인 수주 텃밭이다. 늘 전체 수주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었다. 올해 상반기 해외 건설 수주액 305억달러 중 중동 지역 수주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35%의 비중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1억달러에 비해 금액이 크게 줄었다. 반면 아시아의 경우 21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NSRP 정유 프로젝트(SK건설·GS건설) 등 대규모 플랜트 수주에 힘입어 전체 수주액의 41%인 총 125억4,000만달러를 따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66억달러)에 비해 90.8%나 증가한 것이다.
중동 비중이 다소 줄었지만 아시아를 포함한 두 지역의 수주 비중이 76%에 달한다. 2010년부터 3년간 중동ㆍ아시아의 비중이 80%가 넘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높다. 그나마 삼성물산이 상반기 최대 수주 규모인 58억5,000만달러짜리 호주 로이힐 철광석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태평양ㆍ북미 지역의 비중이 20.2%로 늘었다. 지난해 62억달러어치를 수주, 9.5%를 차지했던 중남미는 올 상반기 8,000만달러 규모(0.3%)로 더 줄어들었다.
공종별로도 플랜트의 비중이 전체의 47%(143억7,0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토목과 건축은 각각 115억1,000만달러(37.7%)와 36억8,000만달러(12.1%)였다. 지난해에는 플랜트 비중이 60.9%나 됐고 토목과 건축은 각각 13.6%와 22.1%의 비중을 차지했다. 토목의 약진은 역시 로이힐 프로젝트 수주가 반영된 결과로 추가로 대형 공사 수주가 뒤따르지 않으면 토목 비중 증가가 일회성으로 그칠 수도 있다.
지역 다변화를 위해서는 중동ㆍ아시아의 편중에서 벗어나 중남미와 아프리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포스코건설이 43억4,000만달러 규모의 브라질 CSP 일관 제철소를 수주하면서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한 중남미는 페루ㆍ칠레 등이 유망한 곳으로 꼽힌다. 아프리카의 경우 알제리나 튀니지 같은 이미 진출해 있는 북부 지역뿐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사하라 이남 지역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도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인도ㆍ터키 등 미개척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지역 다변화를 위해서는 현지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남미는 시장 규모에 비해 민주화가 진전돼 있어 인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아프리카는 자원이 많지만 정부 재정이 튼튼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금융을 수반한 개발형 사업을 추진하고 아시아는 기술전수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종 다변화는 토목ㆍ건축을 비롯해 용역 분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매우 취약한 설계ㆍ사업관리(CM) 등 용역 분야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2010년 이후 중남미ㆍ아프리카 수주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고 공종도 토목ㆍ건축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공종ㆍ지역 다변화의 핵심이 금융인 만큼 정부ㆍ금융기관의 지원과 함께 건설사도 금융조달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