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700선 대에 안착했지만 개인들은 매도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5월말 이후 국내 주식을 거침 없이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로 인해 이번 상승장이 `외국인만의 잔치`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개인의 순매수 전환여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에 의해 촉발된 상승랠리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순매수 전환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경기회복신호가 나온 뒤 매수에 가담하는 개인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일러야 오는 9월 이후에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종합주가지수는 개인과 기관이 매물을 쏟아냈지만 외국인이 이를 받아내 전일보다 3.03포인트(0.42%) 오른 716.48포인트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1,69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257억원, 기관은 1,098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이 달 들어 외국인이 2조5,000억원을 순매수하는 동안 개인은 8,7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이 본격적인 매수세로 돌아선 지난 5월말 이후 개인과 외국인의 동향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외국인은 지난 5월28일 이후 5조4,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반면 개인들은 같은 기간 3조1,000억원을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주식매수 여부를 결정할 주요 변수로 주가의 가격수준과 경기회복 여부를 꼽고 있다. 주가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오르고 경기회복이 구체화돼야 개인들이 주식을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주가수준과 불투명한 경기전망을 고려할 때 아직 개인들이 본격적으로 매수세로 돌아서기는 무리라는 분석이다.
◇매수여력 소진된 개인=최근 증시 주변 자금동향을 살펴보면 개인들의 매수여력이 상당히 취약해 졌음을 알 수 있다. 개인들의 매수기반을 나타내는 고개예탁금은 지난 4월초 10조8,319억원에서 지난 14일 기준 10조8,579억원으로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개인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인 위탁자 미수금은 지난 4월초 4,300억원 대에서 최근에는 9,000억원대를 넘어서며 연중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들이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현금여력이 정체상태를 보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미수잔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개인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내다팔며 대기매수 자금이 풍부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개인 자금은 정체된 상황에서 미수금만 늘고 있어 당분간 개인들이 재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수 추가상승해야 개인 주식매수 나설 듯=개인들은 일반적으로 지수가 일정 부문 이상으로 오른 뒤에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2002년 4월까지 상승장에서 외국인은 700선 이하에서 2조9,000억원을 순매수하고 700선 이상에서 2조1,000억원을 순매도해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반면 개인들은 650선 이하에서 매도우위를 보이다 뒤늦게 850~900선대에서 1조3,000억원을 순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시장을 이끄는 주체가 외국인에게서 개인으로 바뀌는 분기점은 700~750선이었다”며 “이번에는 개인들이 지난 3월~5월 상승장을 주도하며 일정 부문 수익을 거둔 만큼 750선 부근이 개인자금을 다시 유인할 수 있는 임계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불투명한 경기전망도 개인 매수 발목 잡아=외국인과 달리 개인과 기관 등 내부 투자주체는 국내의 경기전망을 상당부문 투자판단의 근거로 참고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살아가면서 느끼는 체감경기가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선뜻 주식매수에 나서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의 주식매수에 뒤 이어 개인 매수세가 더해진 지난 98년 10월~99년 9월, 2001년 10월~2002년 8월의 경우 모두 국내 경제성장률이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던 시기였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와 관련,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올 4ㆍ4분기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경기회복을 염두에 둔 개인들의 적극적인 매수세는 3ㆍ4분기 중반이나 말 정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