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미국의 경제대통령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장에 벤 버냉키 (Ben Bernanke) 전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명될 즈음 우리나라 언론들은 그의 성명 표기법을 두고 혼선을 빚었다. '버냉케'라고 쓰기도 하고 '버난케'와 '버냉크'에 이르기까지 중구난방이었다.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임에도 표기부터 헷갈렸다는 것은 연준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부끄러운 단면이다.
△버냉키 기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인물은 전임자 앨런 그린스펀이다. 대 테러전쟁의 수렁에 빠진 부시 대통령이 경제에 관심이 없었던 차에 18년 재임기간 중 미국 경제의 번영을 구가한 그린스펀 의장의 조언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차기 의장 지명을 두고 조야에서 별다른 논란도 없었다. 그런데 8년 지난 현재는 영 딴판이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버냉키 후임 문제를 두고 여간 시끄럽지가 않다. 논란의 인물은 천재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몇몇 언론들은 노골적으로 서머스 불가론을 내세운다. 상원 내부에서도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당초 거론되던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 기용 가능성은 쏙 들어가버렸다. 도박사들도 점차 서머스에 배팅하는 분위기다. 그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여럿 있다. 기본적으로 백악관과 코드 형 인물이라 중앙은행 독립성과는 거리가 멀다. 거친 입과 특유의 오만함, 불 같은 성정 탓도 있다. 하버드대 총장 시절 '서울 창녀 100만 명' 발언으로 물의를 빚더니만 결국 "여성은 태생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못한다"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양적완화에 부정적이던 그가 급격한 출구전략을 가동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른바 서머스 리스크다.
△백악관이 누구를 지명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누가 되든 출구전략을 연착륙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구는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길이다. 입을 함부로 놀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서머스가 연준을 이끈다면 정책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 같아 걱정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