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합의안 처리무산 여파로 청와대 정무수석이 물러났다. 참여정부 시절 국민연금 개정안 부결 후 물러난 복지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합의안은 대타협기구 논의를 바탕으로 도출됐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었지만 우리 사회의 평가는 냉혹했다. 근본 처방 없는 약한 개혁안인 것도 문제지만 중증환자인 공무원연금을 손보라 했더니 공무원연금은 제대로 손보지 않고 국민연금을 끼워 넣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2007년 국민연금 통과' 경험 활용
합의안은 재정안정 달성이 가능할 만큼의 급여삭감도 없고 이마저도 20년이라는 긴 이행 기간을 두다 보니 개혁 강도가 현격하게 떨어졌다. 재정불안정의 주된 원인인 장기 재직자와 연금 수급자의 기득권은 거의 손대지 않은 것도 문제다. 후배 공무원보다 적게 내면서 연금은 훨씬 많이 받는 선배 공무원을 제대로 손보지 않다 보니 부담이 고스란히 후배 공무원과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서 그렇다. 공무원사회의 세대갈등이라는 또 다른 시한폭탄을 키우는 꼴이 된 것이다.
과거 세 차례 개혁이 셀프 개혁이었다는 논란이 있어 국회가 나서게 된 이번 연금개혁 논의는 성과도 있었다. 연금논의를 공론화함에 따라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공무원연금 관련 논점들이 좀 더 투명하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타협안을 이끌어낸 실무기구가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이해관계자들로만 구성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논의구조가 이전 개혁에 비해 후퇴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전 개혁에서는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던 중립적인 전문가들이 있었다. 개혁논의에 이런 전문가들이 배제되다 보니 국민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개혁이 나오게 된 것이다. 어쨌든 대타협기구를 통해 도출된 합의안을 자화자찬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다. 어렵게 도출된 합의안이다 보니 어떻게든 이에 기초해 통과시키기는 해야 할 것이나 국민 눈높이를 맞출 추가적인 노력이 불가피해 보여서다.
여야 합의안은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 났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지만 이럴 경우 공무원연금 문제가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고 그런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합의 내용 중 국민연금 연계 부분은 없던 일로 해 통과시키되 부대조항을 두는 것을 제안한다. 2007년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통과시킬 때의 경험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추후 보완' 조항 둬 개혁 진척 시켜야
문제가 많은 합의안을 통과는 시키되 문제가 되는 부분을 손볼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조건을 다는 것이다. 크게 비판 받고 있는 20년 이행기간, 장기 재직자와 수급자의 재정안정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합의안을 손보겠다는 조항을 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안이 비판 받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이해관계자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이 지속되는 한 중립적인 개혁논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에도 입증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해 당사자와 협의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서(2007년 단체협약서 39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연금개혁 문제가 단체협약 대상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사람으로 치면 공무원연금은 응급실에 실려간 중환자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어렵사리 수술해 숨통이 조금 트인 국민연금을 간섭할 형편이 못 된다. 국민 대다수는 공무원연금이 살아나기를 바랄 뿐이지 국민연금을 끌고 들어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이 같은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현명한 결정이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