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경매 물건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반등기미를 보이자 경매로 넘어간 채무자들이 은행과 협의를 통해 잇따라 경매를 취하하거나 경매일정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강남ㆍ송파ㆍ서초 등 강남 3개구 재건축 아파트의 경매물건 중 경매일자가 잡혔다가 취하되거나 경매일정이 늦춰진 건수는 전체 경매물건 12건 중 5건으로 그 비중이 41.7%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7월(47.1%) 이후 최고치로 당시 전체 17건의 경매물건 중 8건이 취하되거나 경매일정이 변경됐다. 강남구 삼성동의 상아아파트 95㎡형은 지난해 10월 감정가격 8억3,000만원에 경매에 나왔지만 2차례나 유찰돼 5억3,120만원에 경매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지난 12일 취하됐다. 현재 상아아파트 95㎡형의 매도호가는 8억원 수준이다. 또 송파구 가락동의 전용면적 40㎡짜리 가락시영 아파트도 지난해 12월22일 감정가격 4억8,000만원에 경매에 나왔지만 한차례 유찰되면서 2차 최저 낙찰가액이 3억8,400만원으로 떨어지자 2차 경매가 진행되기 전인 16일 취하됐다. 전용면적 40㎡인 가락시영아파트는 지난해 12월 4억원 안팎에 거래가 이뤄졌다가 최근에는 4억7,500만~4억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경매 물건에 대한 취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지금 파는 것보다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살아난 뒤 매각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기대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의 경우 은행 대출이자 등을 갚지 못하게 되면 채권자인 은행이 경매를 신청하게 되는데 강남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자 채무자인 집 주인이 이자를 상환하는 식으로 채권자와 협의해 경매일정을 변경하거나 취하하고 있다는 게 경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경매일시를 변경하거나 취하되는 물건 수와 낙찰 받은 후 다시 경매에 내놓는 재매각 물건 수의 증감 추이는 단기적으로 경매시장 전망을 추론해볼 수 있는 간접지표”라며 “경매 취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시장 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