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려면 노동계를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로 양분해 노동유연성 확보와 사회안전망 확보라는 서로 다른 주제로 각기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준모(사진) 성균관대 교수는 27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노사정 대화: 평가와 전망'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 노사정 대타협의 장애요인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꼽으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 교수는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정규직이 고용 보호 등에서 가장 두터운 혜택을 받는 반면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보호장치가 취약한 것이 국내 노동계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체 근로자의 7.6%에 불과한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등 강자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라 실질적인 대타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실이 이런데도 국회 계류 중인 360개 노동법안을 들여다보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강화하는 것들이 많다"며 "노사가 자율적인 대화로 풀어나가야 할 사안을 입법이나 사법부 판례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를 대기업 정규직으로 이뤄진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2차 노동시장으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그래서 노사정 대화에서 1차 노동시장과는 노동유연성 확보, 2차 노동시장과는 사회안전망 확보를 주된 논의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도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144개국 가운데 132위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대결적 노사관계가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실패할 경우 한국은 선진국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미나에서는 노사정 대화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사례도 소개됐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판리스하우트 교수는 "네덜란드는 정책 입안시 사회적 파트너를 포함시키는 오랜 전통을 통해 노조는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기업은 투자를 확대하도록 타협해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네덜란드에서도 대기업의 정규직인 인사이더와 비정규직 또는 실업자를 의미하는 아웃사이더 간 소득 격차가 커지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현상이 문제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도 역시 사회적 대화가 주로 대기업과 대기업 노동자 간에만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화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며 "네덜란드에서의 사회적 대화가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만 쏠려 있고 '어떻게 혁신하고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