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새해 시론/1월 5일] 녹색기술, 글로벌 메카로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중요 합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던 지난해 12월 제15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어정쩡한 절충 형태인 '코펜하겐 합의(Copenhagen Accord)'만 채택하고 폐막됐다. 이산화탄소 배출의 역사적 책임과 총량규제 방식을 두고 서로 '너부터 먼저(After You)'를 외치는 상황에서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190여개국이 참여하고 105개국 정상이 참석한 매머드 국제회의에서 한목소리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포스트 교토체제의 주요 현안들은 올해 개최될 멕시코 총회로 미뤄졌다. 그러나 선진국ㆍ개도국 간, 그리고 그룹별 입장과 협상상대가 보다 명확해진 만큼 늦어도 오는 2012년 교토체제 종료 전까지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 15차 당사국 총회에 앞서 유엔이 권고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최대치를 수용,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의 30%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코펜하겐 회의에서도 '나부터(Me, First)'를 주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우리의 경제구조를 감안해 역기능을 우려한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탄소관세'다 '탄소이력제'다 하며 다양한 환경 관련 무역장벽을 높이는 상황이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가 정한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부문별ㆍ업종별 감축량과 이행방법을 고민할 때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경제성장과 녹색산업의 조화를 생각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필자는 다음 몇 가지를 고려했으면 한다. 첫째, 상대성의 원칙이다. 우리 기업ㆍ산업의 경쟁력을 감안해 중국 등 경쟁국들의 대응속도에 어느 정도 연동할 수 있는 전략과 제도적 장치를 고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산업ㆍ녹색기술의 자체 성장기반이 갖춰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고 녹색산업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산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 대체 불가능한 생산공정이 있는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비합리적일 수 있다. 원천적으로 새로운 생산방식으로 대체할 기술이 나오기까지는 이를 충분히 고려해 감축량을 배분하는 게 바람직하다. 배출 총량규제는 해당 산업의 생산ㆍ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 셋째, 제도 운영의 효과성이다. 기업의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하고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기업들이 환경규제를 흡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고 성장ㆍ환경이 병존할 수 있도록 전략의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양적 규제보다는 배출권거래제 등과 같이 전체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면서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제도를 가급적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저탄소 녹생성장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은 "Green(녹색) is Green(달러)"이라고 했다. 녹색시장이 가장 사업성 있는, 돈 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녹색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시장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정보기술(IT) 붐이 우리 경제의 IT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웠듯 녹색 붐도 우리를 녹색기술의 세계적 메카로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필요하면 '녹색 버블'도 필요할지 모른다. 녹색산업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와 같은 쾌거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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