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미술이 장르의 한계를 넘어 문화지형도에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 사진과 디자인, 건축의 미적 요소가 미술의 한 분야로 편입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이브리드(Hybridㆍ통섭)와 크로스오버(Cross-over) 같은 경계 초월의 표현들이 일반인에게도 익숙해지고 있다. ‘문화의 허브’가 된 미술은 과학ㆍ음악ㆍ공연ㆍ출판 등 다른 장르와 결합해 색다른 문화체험을 제공한다. 새로운 장르예술을 연구하는 SK아트센터나비의 최두은 큐레이터는 “다양한 미디어가 발달한 오늘날의 예술은 장르 제한 없이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이며 특히 미술이 타분야와 협업에 적극적”이라고 평했다. 우선 감성적인 예술과 이성과 논리의 결정체인 과학의 결합이 눈길을 끈다. 사비나미술관은 ‘2050 퓨처 스코프:예술가와 과학자의 미래실험실’ 전을 통해 예술과 과학의 융합을 보여준다. 예술가와 과학자가 ‘미래상’을 주제로 워크샵을 연 뒤 과학자의 영감을 바탕으로 예술가가 작품을 제작한 것. 미세한 철가루 속에서도 생명체가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나노기술 연구자 최양규ㆍ박재우 교수의 견해에서 착안한 노진아씨는 현미경으로 철가루를 확대해 나타난 생명체 형상을 작품 ‘미생물’로 만들어냈다. 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의 결과를 표현한 이희명, 인간의 의식체계를 연구하는 뇌과학에서 영감을 얻어 조각을 만든 장동수 등 13명의 30여 작품이 28일까지 전시된다. (02)736-4371 SK브로드밴드 CF에서 “못 보던 세상”을 보여준다고 노래하던 프로젝트 밴드 ‘W&웨일(Whale)’은 청담동 갤러리2에서 음악을 전시중(?)이다. 미술작가 잭슨 홍의 작품 ‘각인되는 의자’를 본 밴드 멤버들이 영감을 얻어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실연(實演)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략한 멜로디 뿐이던 곡 초안이 악기연주와 목소리까지 입혀져 완성된다. 관람객이 시각적으로 설치물을 보며 음악도 들을 수 있는 4개의 헤드폰 박스는 잭슨 홍이 제작한 것. 정재호 갤러리2 대표는 “미술이란 장르를 통해 음악인들이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감각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게 작용했다”고 소개했다. 이 전시는 기획전 ‘랜덤 태스크’의 일부로 21일까지 계속된다. (02)3448-2112 여의도 한화63시티는 지난해 63빌딩 전망대 자리에 스카이아트미술관을 연 데 이어 최근 지하1층에 63아트홀을 개관했다. 개관작은 그림 그리는 과정을 공연으로 보여주는 ‘63℃ 드로잉쇼’. 드로잉 기법과 조소, 프로타쥬(문지르기), 마블링 등 다양한 미술기법으로 70분간 7점의 그림을 선보이는 넌버벌 퍼포먼스다. 한화63시티 측은 3만원(성인)짜리 공연 관람료에 4,000원만 추가하면 미술관전시까지 볼 수 있는 패키지 티켓을 선보이는 등 공연과 미술을 모두 즐기는 ‘토털 아트’를 지향한다. 그림과 책의 만남은 말 그대로 그림책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그림책상인 ‘칼데콧’상을 3번이나 수상한 데이비드 위즈너의 원화 50점이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3월1일까지 전시된다. 동시에 열리고 있는 ‘CJ그림책축제’에서는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책장을 넘겨봐야 하는 이란의 아랍어 그림책부터 세계 20개국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조형미술가 안종연씨는 “향후 미술과 문학의 결합은 작품성을 갖춘 삽화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문학작품을 모티브로 한 독립적인 미술작품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