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통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추진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를 흉내를 내게 될 것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디플레이션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완화와 통화가치 평가절하로 수출을 늘리고 물가상승을 유도해온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씨티그룹의 분석을 인용, 보도했다.
실제로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유로화 환율은 25일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2737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유로화 평가절하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 달러화 가치가 11주 연속 상승세를 타는 등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종료가 예고되고 있는데다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이 겹치는 데 기인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ECB가 이달 들어 금리를 낮추는 등 적극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유로화의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주요 경기지표 악화 역시 유로화 약세를 부추긴다. 유로존의 9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잠정치)를 기록하며 1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CB가 18일 중소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개시한 저리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이 시장의 외면을 받은 것이 부진한 유로존 경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드라기 총재가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유로화 가치를 더 낮춰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대규모 국채 매입을 포함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ECB가 개시할 수 있다고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유로화가 10% 평가절하되면 유로존의 비금융 부문 기업들의 이자 및 세전이익이 평균 3%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게 USB의 전망이다.
다만 실제로 ECB가 아베노믹스와 같은 수준의 강력한 부양책을 꺼내들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론이 우세하다. 칼럼니스트인 매튜린은 24일 경제매체인 마켓워치에 게재한 '강달러의 다섯 가지 결과'라는 기고를 통해 "ECB가 (경기부양을 위해) 무언가 더 실행할 수는 있지만 이는 경제계가 요구하는 수준보다는 온건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굳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하지 않더라도 이미 강달러로 유로화 약세가 자연스레 진행될 것이고 무엇보다도 대규모 양적완화는 독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