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시작이냐, 아니면 청산이냐.’
LG그룹이 29일 제시한 LG카드 출자전환 분담규모 수정안을 둘러싸고 금융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협상의 시작이라고 평가하는 금융계 관계자들은 LG측이 처음으로 분담규모에 대해 공식적인 분담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반면 청산 가능성을 관측하는 사람들은 LG측에서 채권단 요구안과 너무 격차가 나는 분담안을 제시한데다 이를 채권단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큰 LG카드 청산이라는 최악의 수순을 선택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해 전자에 무게를 두는 관계자들이 많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출자전환 규모를 놓고 밀고 당기는 협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다.
◇‘본격적인 협상 시작됐다’는 관측 많아=채권단은 그동안 LG그룹에 대해 8,750억원에서 7,700억원, 다시 6,750억원으로 낮추면서 출자전환에 참여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LG그룹은 출자전환 금액을 분담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어 수용을 거부해왔다.
LG측의 이런 반응에 대해 채권단이 못마땅해 한 것은 LG그룹이 아무런 대안 없이 ‘수용불가’ 입장만 밝혀온 점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의 속생각을 알 수 없었다는 점이 가장 문제였다”며 “그 동안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안을 제안해 협상의 길은 열렸다”고 말했다.
LG그룹측도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이 마무리돼 LG카드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채권단이 합리적인 기준을 함께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주장이 여전히 맞서고 있지만 그 동안 벌여왔던 신경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출자전환 금액 분담을 둘러싸고 밀고 당기는 협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확약사항 쟁점 떠올라=LG그룹은 2가지 안을 제시하면서 2안을 선택할 경우에 대비해 선행조건을 달았다. 우선 LG투자증권 매각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부족했던 2,717억원을 채권단이 출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LG그룹은 기업어음(CP) 5,000억원을 후순위 전환사채로 전환하기로 한 만큼 이를 이행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출자전환 금액을 나누자는 것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LG그룹으로부터 LG투자증권의 매각대금을 3,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이를 지원받기로 한 만큼 부족분 2,717억원은 LG그룹이 부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CP 5,000억원 역시 LG카드 사태의 도덕적인 책임을 지고 출자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측의 인식차이를 얼마나 좁히는가가 앞으로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앞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양측은 피 말리는 협상을 통해 청산으로 가지 않는 대타협을 시도할 전망이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LG카드가 유동성에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내년 1월18~19일 청약일을 감안할 때 1월10일 정도까지 협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