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산단 대표할 글로벌 혁신기업 1년에 50곳씩 키울 것

기술개발·고용창출 우수업체 선정해 무료 경영컨설팅

금융기관과 네트워크 만들어 산단공을 기업육성 허브로

20년 이상 노후단지 새 단장·구조고도화 사업도 추진



"중소기업들의 매출이 늘어나려면 반드시 글로벌시장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보기술(IT), 서비스 산업 등과 적극적으로 융합해야 하고요. 이를 위해 산업단지를 대표하는 글로벌창의혁신기업을 주도적으로 키워보려 합니다." 2일 서울 미근동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강남훈(53·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거침이 없었다.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을 거쳐 산업정책관,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을 거친 관록의 산업관료는 한국 중소기업과 산업의 미래를 '글로벌시장에서 성공한 융복합 기업'에서 찾았다. 이들 명품기업이 산업전선의 선두에 서줘야 미래 산업단지에 새 동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통찰이다. 강 이사장은 "취임 후 산업단지를 돌다 보니 다른 산단 기업들에 모범이 될 만한 혁신기업들을 여럿 접할 수 있었다"며 "특히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까지 진출하는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임 첫 작품으로 글로벌창의혁신기업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다. "현재 산단 내 10만여개의 기업이 있는데 이 가운데 크고 작은 리딩기업이 나와줘야 새로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 이사장은 설파했다

그는 산업단지공단이 단지 공업단지를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단지 내 기업 육성의 허브(중심축)로, 기업성장을 촉진하는 종합지원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본사와 각 지역본부에 있는 기존 기업애로해결센터를 기업성장종합지원 플랫폼으로 개편할 것"이라며 "이 센터가 기업애로 해결에서부터 지원방안 도출·연계·실적관리 등을 총괄하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9월 산단공 이사장으로 취임한 강 이사장은 지난달 말 산단공 본사가 대구로 이전하면서 산단공 대구 시대의 첫 이사장이 됐다. 특히 올해는 지난 1964년 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가 우리나라 첫 수출산업단지로 조성된 지 50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 주재의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해 보니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이번 정부에서 산업단지 발전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에 힘입어 다른 부처들의 협조를 통해 제도부터 산단 발전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이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글로벌창의혁신기업 육성 프로젝트는 수시로 입주기업을 찾는 현장탐방에서 나왔다. 기술 융복합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산업단지 내 우수 중소기업들을 만나면서 정책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

그는 "창의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히든챔피언이 많이 나와야 정체돼 있는 산업단지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글로벌창의혁신기업은 이미 선정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산단공은 창의적 기술개발에 성공한 기업 2곳, 경영혁신으로 매출·수출이 늘어난 기업 1곳, 경영환경 개선·고용창출에 성공한 기업 1곳 등 4개 기업을 이달부터 매달 선정해 월례조회 때 이사장 표창과 명예동판을 수여할 방침이다. 또 입주기업 명예의 전당을 운영, 공동전시관을 구성해 이들 업체를 홍보할 계획이다. 대상은 중소·중견기업 규모에 성장 역량이 어느 정도 갖춰진 곳이다. 아직 기업 역량은 부족하나 가능성이 충분한 곳도 따로 선정할 예정이다.

그는 "글로벌창의혁신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산단공의 여러 지원 서비스를 받게 된다"며 "공장을 설립할 때 분양에 가점을 받는 것은 물론 정책사업 관련 입지정보·상담, 클러스터·생태산업단지(EIP) 사업 등에서 우대를 해줄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또 "협약 금융기관과 연계해 자금지원도 해주고 무료법률 상담과 같은 경영지원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클러스터정책 입안자답게 강 이사장은 산업집적지 경쟁력강화사업(클러스터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주치의센터가 글로벌창의혁신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는 "기업주치의센터와 관련한 제도는 지난해 이미 마련했으며 1회성 지원이 아니라 1년 동안 밀착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대상 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면서도 산단을 대표할 만한 회사들이 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기업주치의센터는 2011년 반월·시화, 구미, 창원, 광주 등 4곳에 설치돼 운영 중인 현장밀착형 종합컨설팅 지원기관이다. 산단공은 올 초 충청권과 강원권에 기업주치의센터를 추가하고 앞으로 모든 지역권에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강 이사장은 "기업주치의 등 모든 클러스터 전문가를 산단 내 클러스터의 네트워크 활동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해 기업과 전문가 간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견기업 육성을 목표로 기술·경영·금융 등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진단·해결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 정책사업과 연계해 이를 지원하는 활동을 적극 펼쳐나가게 된다"고 역설했다.

강 이사장은 취임 이후 산단공 역할 재정립에 각별한 노력을 쏟고 있다. 그래서 나온 방침이 기업성장종합지원 플랫폼이다. 그는 "공장설립·경영지원·클러스터 등 개별사업 중심의 관리체계에서 기업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라며 "산업단지도 과거 토목과 건물 중심에서 기업과 근로자 위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강 이사장은 특히 기업성장종합지원 플랫폼 기반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금융·유관기관 등과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산재한 지원·정책 사업을 유형별로 통합·체계화해 기업 입장에서는 산단공에만 문의하면 대부분의 정책사업을 펼칠 수 있게끔 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기업지원을 위한 허브를 만들 것"이라며 "이제 기업들은 여러 기관을 찾아다닐 필요없이 산단공에만 집중하면 산단공이 대부분 알아서 연계 지원해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월 부산은행을 시작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 신한은행, 한국은행(강원·호남) 등과 잇따라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거래소, 중소기업 옴부즈만, 한국디자인진흥원 등과 추가로 손잡고 공동 협력사업을 발굴해나가고 있다.

아울러 강 이사장은 관련 사업 정보제공 창구 일원화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올 1·4분기 안에 지원시책·장비·전문인력·기술 등 지원기관의 산단 관련 기업지원 인프라를 정리하고 2·4분기에는 관련 책자를 발간·배포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온라인 시스템화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방향에 따라 산단공은 정부·지자체·유관기관과 연계해 지역실정에 맞는 테마별 통합지원정책 설명회를 개최하고 클러스터사업의 전문인력을 기반으로 대학·유관기관 등의 전문가 데이터베이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창의혁신기업 육성, 기업성장종합지원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와 함께 노후화된 산업단지를 새단장하는 구조고도화사업도 강 이사장의 주요 추진사업이다. 2012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20년 이상된 노후산단은 102개에 이른다. 이 중 국가산단은 28개, 일반산단은 74개다. 이들 노후산단의 고용 비중은 76.6%, 입주기업체 수 비중은 73.6%로 산업단지의 노후화는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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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정부가 발표한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라 관계부처와 협업해 오는 2017년까지 25개 노후산단 가운데 17개를 맡아 근로자들이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을 만큼 혁신적인 공간으로 바꾸겠다"며 "2개 단지를 선정해 본격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반월·시화단지를 가보니 변변한 식당조차 없는 상태였다"며 "소프트웨어 강화뿐 아니라 산단 노후화 등 하드웨어 개선도 매우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이제 산단에는 산업공간뿐 아니라 근로자 문화생활을 위한 복합공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구조고도화사업은 2010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해 현재 4개 단지에 대해 33개 사업, 총 1조224억원 규모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총 3,236억원 규모, 19개 사업이 완료됐고 5,448억원 규모의 11개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산단공은 이 사업을 위해 △리모델링 종합계획 수립 △연구개발(R&D)지원시설 집적 및 관련 인력 육성 등을 통한 혁신역량 강화 △주거·의료·근로·복지·문화인프라 확충 등을 진행하고 있다.

■ He is …

△1961년 경남 합천 △1979년 대구 계성고등학교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재경직) △1983년 서울대 무역학과 △1983년 동력자원부·통상산업부 산업정책과 행정사무관 △1987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1995년 미국 미시간대(경제학 박사) △1996년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과 서기관 △199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위 산업정책관 △2002년 산업자원부 산업혁신과장·지역산업진흥과장·산업정책과장(부이사관) △2007년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관, 지식경제부 대변인, 자원개발원자력정책관, 기후변화에너지정책관 △2011년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 △2013년 제9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산학연 협력 통해 융복합 클러스터로 거듭나야

■산단 나아갈 방향은

관련법·제도 마련되는 대로 실행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미래 우리나라 산업단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융복합 집적지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아직 관련 법·제도 마련이 안 돼 있어 당장 현실화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산단이 언젠가는 생산 중심에서 클러스터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강 이사장은 "기업성장지원체계가 통합되고 산단 노후화 탈피사업이 어느 정도 진척되면 융복합 집적지 사업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법·제도가 마련되는 대로 이를 실행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융복합 집적지란 기업 간, 산업 간, 산학연 간 협력을 통해 산단 입주기업의 성장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그는 융복합 집적지를 양성하기 위해 첫째로 제조업 융복합을 추진하고 그 다음 기업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미니클러스터 사업을 더욱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업종·기술별 네트워크와 산학연 클러스터를 강화시켜 기술개발·자금·시제품·수출·마케팅 등을 일체형으로 지원 받을 수 있게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

아울러 기업성장종합지원 플랫폼을 통해 근로자 재교육 및 인력 양성을 할 수 있는 산업단지 내 대학 캠퍼스 등 관련 집적 시스템도 구상 중이다.

강 이사장은 "현재 산단 내 휴·폐지가 많은데 이를 민간에 그냥 맡겨두면 제대로 된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산단공이 이를 강제 매수해 기업에 공급하고 융복합 직접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본격적인 융복합 집적지 조성사업 추진은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가능한 상황이다. 법이 개정돼야 산업단지 내 여러 시설에 대한 용도변경이 좀더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강 이사장은 "30년 전에 정해놓은 산단용지 용도를 지금까지 계속 고수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산업부와 국토교통부 등 상위 정부기관의 협조를 통해 법안이 통과되면 융복합 산업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단공은 이에 대한 예비작업으로 미니클러스터를 포함한 클러스터사업 지원 대상 단지를 현 193개 산단에서 앞으로 전국 모든 산단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담=이규진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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