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0월 14일] EU와 로마의 휴일

수많은 유적지가 산재돼 있는 이태리 로마. 문화적으로는 독일ㆍ영국이 게르만 문화라면 이태리ㆍ스페인 등은 오히려 라틴 문화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수려하고 섬세하며 웅장하기도 한 수많은 유적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 콜로세움, 시스티나 성당, 파르테논 신전, 바티칸 궁 등 파기만 하면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들이 나온다고 한다. 거기다 눈부신 예술작품들은 더욱더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져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입구에 '최후의 심판'. 라파엘로의 '아담과 이브'. '최후의 만찬'과 '모나리자'를 그린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여러 작품들. 세계인들이 '로마로! 로마로!' 몰려드는 이유다. 한때 이태리 사람들은 이런 천혜의 예술품 때문에 뿌리고 가는 '투어 머니'로 인해 유럽에서 제일 게을렀다고 한다. 축구 이외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는 나라. 교육·환경·경제·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던 나라였다. 특히, 공무원들은 점심에 나가 대낮부터 와인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느지막이 들어왔다. 그리고 조금 졸다 바로 퇴근하곤 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 바뀌고 있다고 한다. 거대한 유럽연합(EU) 국가가 탄생하면서 프랑스·영국·독일 등이 역동적으로 움직이자 공무원들을 비롯해 국민들이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이다. 닥쳐올 위기를 피부로 느끼자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놀랍게도 로마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콜로세움이나 바티칸이 아니고 동전을 연못에 던지면 다시 로마로 올 수 있다는 트레비 분수와, 오드리 헵번이 그레고리 펙을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스페인 광장의 계단이란다. 수천년 내려오는 유적지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로망'이 있는 곳. 그곳이 우리 정치가, 혹은 우리 정치인이 지향해야 할 파라다이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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