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마지막 해의 나라살림이 주먹구구 통계로 흔들리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올해 상반기 통합재정수지를 17조원 이상 잘못 집계하는가 하면 올해 세금도 당초 예상보다 11조원이나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23일 재경부는 올 상반기 통합재정수지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6조1,000억원 적자라고 발표했다. 상반기 적자규모가 큰 것은 재정을 조기 집행한 결과라며 상반기 재정집행 진도율은 62.0%라고 했다. 특히 인건비를 포함한 경상지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나 늘어난 것을 이상하게 여긴 기자들의 지적도 무시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상반기 재정수지통계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인건비를 이중으로 계산하도록 잘못 프로그램된 탓에 엉터리로 집계됐다는 사실을 엊그제나 돼서야 알았다. 결국 올 상반기 통합재정수지는 11조3,000억원 흑자로, 재정집행 진도율은 53.6%로 수정했다. 올해 세수추계도 실적과 큰 차이가 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보다 상반기에만도 15조원이나 늘어난 세수실적은 연말이 되면 당초 예산보다 7.5% 많은 11조원이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가재정 운용의 사전 예측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대목이다.
재정수지 등 국가통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참여정부는 이미 엉터리 통계 때문에 제대로 정책집행을 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아예 통계가 없어 자영업자 대책이 늦어졌는가 하면 주택보급률을 현실과 동떨어지게 해석해 공급대책의 절실함을 무시하다가 집값만 오르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재경부는 아마 재정수지를 집계하면서 연말 대통령선거가 있는 올해 상반기에 재정 조기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서 내심 흐믓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 집계를 믿고 움직이는 국민이나 기업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임기 말이라고 해서 국정운영에 어처구니없는 실수나 오작동이 허용될 수는 없다. 정부는 각 부처 공무원들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도록 기강을 바로잡아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