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총리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두 사람에게는 ‘실세’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었다. 이 전 총리는 대통령이 가진 권력의 절반을 넘겨받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구상한 분권형 국정운영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이 전 부총리도 실세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경제부처를 휘어잡았다. 그는 경제팀 내 이견 노출을 용납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날카로운 외모, 두둑한 배짱, 특유의 카리스마도 공통점이다. 이 전 총리가 국회에서 보여준 언행은 차라리 ‘오만’에 가깝다. 이 전 부총리 역시 지난 2004년 2월 취임 직후부터 청와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정도로 뱃심이 두둑했다.
닮은꼴의 두 사람에게는 악연이 얽혀 있다. 2000년 5월 민주당 정책위의장이던 이 전 총리는 당정협의 자리에서 이 전 부총리를 향해 “당신은 실패한 관료”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이 전 부총리가 2004년 2월 김진표 경제부총리에게 바통을 이어받을 때 부총리직을 꽤 오랫동안 고사한 이유도 여기서 연유한다. 이 전 부총리는 DJ시절 경제팀장을 맡으면서 끊임없이 정치권 흔들기에 시달렸고 결국 낙마로 이어진 쓰라린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이 전 총리가 2004년 6월 ‘책임총리’로 취임하면서 참여정부 내각에서 다시 만났다. 이 전 총리는 자신보다 8살이 더 많은 이 전 부총리에게 예전과 달리 깎듯이 예우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3월 이 전 부총리의 퇴진을 몰고 온 부동산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들이 양해해달라”며 바람막이 노릇을 하기도 했다.
불행히도 두 사람은 각각 국정과 경제의 구원투수로 인정받으며 등판한 화려함만큼이나 씁쓸한 퇴장을 맞았다. 청와대 측은 그들의 죗값이 너무 혹독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 전 부총리가 퇴진하자 노 대통령은 “해일에 휩쓸려가는 장수를 붙잡으려고 허우적대다 놓쳐버린 심정”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고, 청와대 참모들은 3ㆍ1절 골프파문으로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쏟기도 했다. 두 사람의 퇴진은 참여정부가 도덕성을 바탕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어쩌면 그 도덕성의 굴레에 스스로 얽매인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