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 이후 대작 게임 기근에 시달렸던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이 카드를 획득해 대결을 펼치는 카드게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성은 단순하지만 '카드'를 소재로 색다른 경쟁심을 자극한다는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게임이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퍼즐게임에 이어 올해 초에는'다함께 차차차'∙'윈드러너' 등 액션게임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 들어 카드게임이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틈새시장으로 부상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 전체 매출 순위에서 10위 중 카드게임만 3종에 달한다.
액토즈소프트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카드게임 '밀리언아서'는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카드게임 장르를 열어젖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게임은 국내 출시 이후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른 이후 꾸준히 선두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탐색과 전투를 통해 카드를 수집하고 상대방과 대결한다는 비교적 단순한 내용이지만 국내 이용자들의 호평이 잇따르면서 매출 역시 훌쩍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앱애니닷컴에 따르면 밀리언아서의 국내 구글 플레이 매출액은 전 세계 5위에 달해 먼저 출시된 일본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생소했던 카드게임이 뒤늦게 시장의 관심을 받자 국내 업체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 게임 자회사 팜플은 최근 설립 후 첫 게임으로 카드게임인 '데빌메이커 도쿄'를 내놨다. 이 게임은 화려한 그래픽과 완성도 높은 줄거리를 앞세워 출시 전부터 밀리언아서와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국내 이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카드와 전문 성우의 녹음까지 더해져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게임빌과 컴투스 등 국내 모바일 게임 전문업체 역시 카드게임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대형 게임업체들은 앞서 출시한 게임을 카드게임으로 새롭게 변형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넥슨은 인기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카드게임 '마비노기 걸스'를 지난달 선보였고 프랑스 게임업체 유비소프트도 이달 초 온라인 게임 '마이트앤매직'을 카드게임용으로 새롭게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모바일 카드게임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퍼즐∙액션게임처럼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지만 게임에 꾸준히 접속하는 이른바 가입자 충성도가 다른 장르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카드'와 같이 희소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한층 쉽게 지갑을 연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카드게임의 가입자당 매출을 보면 다른 모바일 게임에 비해 평균 3배 이상 높다"며 "이전까지만 해도 카드게임은 일본 게임업체의 독무대였지만 시장성이 확인되면서 글로벌 게임업체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