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전망에 관한 좀더 낙관적인 예측치가 정부투자 연구기관들에 의해 경쟁적으로 제시되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은 당초 올 성장률을 2.2%로 예측했고 이는 사실상 정부의 공식적 예상치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올해의 예상성장률을 당초의 예상치를 거의 두배나 능가하는 4.3%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 또한 최근 올 성장률 예상치를 3.6%로, 내년도 성장률을 5.1%로 각각 발표했다. 정부투자 연구기관들은 이같이 예측치를 상향 조정함으로써 올해 성장률이 4% 내외에 이른 후 내년도에는 5%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측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두 국책 연구기관들의 이와 같은 「낙관적」 경제전망은 주로 기업의 설비 및 건설투자 증가율과 민간소비지출 증가율이 당초 예상치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에 대해 일부 민간연구소는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특히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4%의 성장률을 달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4% 성장률이란 새로운 실업을 초래하지 않는 성장률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설비투자 증가율은 8% 수준에 달하고 있어 현재 대기업들의 투자마인드를 고려할 때 이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소비지출이 최근 일부 고가품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비록 소비가 더욱 위축되는 상황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2·4분기 후반이나 늦어도 3·4분기부터는 소비지출의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즉 지난해 극단적으로 위축됐던 소비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구매력의 뒷받침없이 발생되는 일시적 반등현상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수출의 경우에는 국책 연구기관들의 「견조」한 수출증가에 대한 예상과는 달리 매우 보수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들어 1월 중 4% 증가한 후 2월과 3월 중 각각 16% 및 2% 감소현상을 나타낸 수출에 대해 산업자원부도 올해의 증가율을 1% 정도로 보고 있고 업종별로도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일반 경제주체들로서는 경제흐름을 판단하고 예측함에 있어 적지않은 혼란과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불평도 있을 수 있다.
일체의 경제예측은 확률적 예측이므로 실적치와의 차이는 항상 있게 마련이며 또한 용인된다.
또한 국제 경제환경이나 국내 정치·사회적 요인 등 제반여건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매우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므로 올해 우리 경제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우리 경제의 경우는 오히려 이와 같은 측면이 매우 강하다. 각종 외부여건에 대한 노출도가 매우 크고 내부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다른 어느 국가의 경우보다도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데 더하여 경제주체들의 냄비속성은 전환기의 경제예측을 특히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를 보자. 한국정부와 IMF 당국이 합의한 예상성장률은 3%였다. 그러나 실제치는 마이너스 5.8%로서 예측오차가 무려 9%포인트에 달했다.
IMF와 협의할 당시 예상성장률 1%포인트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어이없는 결과인 것이다. IMF 당국도 그러한 예측오차에 매우 놀랐을 것인데 이와 같은 오차의 주원천은 역시 기업의 설비투자에 관한 예측오차였다.
한국경제를 IMF 당국과 한국정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면서도 예상치의 3배에 달하는 엄청난 예측오차를 낳았던 지난해의 경우와 올해의 경우는 여러 면에서 차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두 해의 핵심적인 공통점은 경제에 관한 각종 예측들이 빗나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의 경우가 시사하는 바는 현재와 같은 구조조정기에서도 예상경제 성장률면에서 2∼3% 포인트 정도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경제 전반적 흐름에 관한 올바른 평가와 경제정책 기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모든 경제주체들로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예측치들의 구체적인 숫자들에 대해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여서도 안될 것이다.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 경기가 착실히 회복되는 과정을 밟고 있고 정부정책 또한 일관성있게 추진된다는 확고한 신념하에 인내심을 갖고 각자 자기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을 경주해나가도록 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연세대 朴振根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