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리스크 감수 모험정신 실종 투자커녕 자금융자도 힘들어

■ 벤처시장 뭐가 문제인가<br>연대보증 등 악습이 재도전·재기도 막아

"기술이나 성장 가능성은 뒷전이고 자금회수 가능성만을 따지니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창업 3년차에 접어든 시스템통합(SI) 관련 벤처업체 A사는 최근 자금줄이 말라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문을 두드렸지만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투자자는커녕 융자기관도 찾기 어렵다는 게 이 회사 사장의 고민이다. 업계 전체에 리스크를 감수하는 벤처정신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엔젤투자와 같은 고위험ㆍ고수익 분야에는 민간자본이 투입되지 않고 융자 중심으로 자금조달이 이뤄지면서 실패부담이 커진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472조원 중 99%인 466조원이 은행대출이나 정책금융과 같은 융자에 의존하고 있다. 과감한 도전이 아닌 저비용 위주의 안정적 창업에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창업 초기 젖줄이 돼야 할 엔젤투자는 2011년 전체 39건, 296억원에 그쳐 2000년(5,493억원)의 18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수익을 중간에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 미흡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설령 기업을 매각해 이익을 남겨도 양도세나 증여세를 납부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이 경우 기업을 다시 창업하거나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축소돼 벤처생태계를 키우지 못한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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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유일한 자금회수 통로인 코스닥시장은 상장심사시 일정 수준 이상의 재무성과를 요구해 사실상 진입장벽 역할을 해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재도전과 재기를 막는 제도와 관행도 벤처시장을 고사시켰다. 연대보증이 대표적인'악습'으로 꼽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실패가 자산이 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부작용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대목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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