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년 연장 앞두고 입법 시급한 과제 처리
한노총 대화 거부 대비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등 2차 노동개혁안도 마련
"당정, 한노총 압박 나선건 지도부·온건파 힘 실어줘
협상국면 유도용" 분석도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가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노동시장 개혁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노동개혁 일정과 입법화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일단 오는 9월 초까지 당정이 협의해 통상임금 등 5대 핵심 입법과제를 제출하고 해고요건 명확화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20일 오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이 가진 노동개혁 관련 긴급 비공개 당정협의에서도 이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정이 9월 초를 사실상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유는 당장 내년부터 60세 정년연장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입법이 시급한 과제들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기를 바라는 5대 핵심 법안은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기간제 근로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실업급여 확대 △출퇴근 재해의 산업재해 인정 등이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을 제외한 법 개정사항은 지난번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공감대를 이룬 내용을 기반으로 이미 입법 준비를 끝냈거나 실무 논의 중이다.
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에서는 통상임금과 관련, 현장에서의 갈등·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토대로 통상임금의 정의와 제외금품의 기준을 입법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단 구체적 유형은 시행령에 위임하기로 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주당 52시간(기준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되 특별연장근로(8시간)를 노사 서면합의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하는 중복할증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최종 논의하기로 결정해 공을 넘겼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기준법',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사항이다.
정부는 한국노총이 대화를 거절할 경우 일반해고·취업규칙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담은 2차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실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일반해고 기준 등 두 가지 핵심 의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모두 준비돼 있지만 노동계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서랍 속에 넣어둔 상태다.
문제는 정부 주도로 개혁이 추진되면 노동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노동계 편에 서 있는 야당의 협조도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들은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경우 야당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며 "여당이 직권상정하면 갈등이 심해지고 내년 총선까지 이어져 오히려 흐지부지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한국노총은 반발하고 나섰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하면 엄청난 노사갈등과 소송으로 이어져 사회갈등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당정이 노동계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한국노총 지도부와 온건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록 목소리가 크지만 한국노총 내부에서 30%도 안 되는 강경파를 압박해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구상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더 끌 경우 국민적 관심과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약해져 노동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가 무산된 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연이어 "소수의 강경 노조가 다수의 청년·비정규직을 위한 개혁을 막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황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