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7일 수억원대의 사건청탁 뇌물사건과 관련해 조모 차관급 전 고법 부장판사 등 3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법원이 이들을 최종 구속시킬지에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법역사상 고위 판사의 개인비리가 공개 심판대에 오른 것은 처음인데다 이들의 구속 여부가 사법부의 향후 내부 자정 의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비리 자정 시험대=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대상은 조씨와 서울중앙지검 김모 전 검사, 민모 총경 등 3명으로 법조 브로커 김홍수(58ㆍ구속)씨로부터 사건청탁과 함께 많게는 수억원대에서 적게는 1,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8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1억3,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씨는 금품수수의 대가성이 없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조씨의 결백 주장에도 불구하고 16년간 법조 브로커와 수시로 만나 100만~200만원씩, 많게는 전별금 등의 명목으로 1,500만원씩 용돈을 받아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지면서 단죄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조씨는 수사 초기 김씨측에 2,000만원을 전달해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 우려도 받고 있다. 금품의 대가성 유무 등 법리 공방을 떠나 조씨의 구속 여부가 사법당국의 법조 자정 의지 시험대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원ㆍ검찰 미묘한 신경전=각각 3,000만원과 1,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진 민 총경과 김 전 검사는 혐의를 대체로 시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수수액수가 조씨보다 훨씬 적다. 검찰은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 시도까지 했던 조씨와 달리 자백한 김 전 검사와 민 총경은 불구속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법원에서 제기될 형평성 논란 때문에 모두 영장청구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만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법원의 비난을 처음부터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영장발부 여부를 떠나 법원은 수사 초기부터 조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법조비리 자정에 대한 이미지를 구겨온 게 사실이다. 법원은 조씨 부인에 대한 검찰의 포괄 계좌추적영장을 기각하는가 하면 브로커 김씨가 금품공여 진술을 번복하려 하자 재판부가 공판 전 증인신문을 전격 시도하는 등 조씨의 치부를 감추려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조씨의 수사 초기 사건무마 행적, 브로커 김씨와의 공생관계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법원은 자기 손으로 자기 식구를 심판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