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이 돈줄이 막힐 것을 우려해 앞다퉈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최근 실적 호조를 타고 주식 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데다 여름철 장이 한산해지기 전에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려는 기업이 늘면서 미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IPO 자문회사인 르네상스 캐피털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주 11개 기업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IPO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주간 단위로 2007년 11월 이후 최대치다. IPO 포문을 연 기업은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베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던킨브랜즈다. 던킨 브랜즈는 이날 나스닥에서 주당 19달러에 2,250만주를 발행해 총 4억 2,275만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당초 예상 공모가 밴드였던 16~18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던킨 브랜즈의 시장 가치는 24억달러로 평가됐다. 미 경제 전문방송 CNBC는 "외식 산업에 군침을 흘리는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 던킨 브랜즈가 성공적으로 뉴욕증시에 상장됐다"고 전했다. 던킨 브랜즈는 미국 내 던킨 도너츠 매장을 확대하는 데 모집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던킨 브랜즈에 이어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IPO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군납업체 ADS 택티컬과 원유 채취 업체 C&J에너지, 차(茶) 도매업체인 티바나 홀딩스, 에너지 기업인 아메리칸 미드스트림 파트너스등 10개사가 골드만 삭스등 월가 은행들을 주간사로 내세워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할 계획이다. 이처럼 미 기업들이 IPO시장에 몰려드는 것은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협상이 8월2일까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채권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미국이 사상 초유의 디폴트 사태에 직면해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 대해 투매에 나설 경우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이에 따라 회사채 금리도 급격하게 치솟아 자금 조달에 애를 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채권시장이 죽을 쓰고 있는 것과 달리 주식시장은 상장기업들의'어닝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최고의 자금 조달처로 각광받고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실적을 발표한 업체 122개사의 올해 2ㆍ4분기 주당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월가의 당초 전망치 13%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시가 이번 주 들어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현 상황에서 주식시장만한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디폴트와 상관없이 기업들이 탄탄한 펀더멘털만 보여준다면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디폴트 변수와 상관없이 여름철 장이 한산해지기 전에 일정을 서둘러 IPO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르네상스캐피털의 폴 바르 리서치 담당 이사는" IPO시장은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며 "전통적으로 8월말은 IPO가 주춤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서둘러 상장을 추진해 단기간에 자금을 모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