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임금체계 등 노조에 다 내줘" 지적속 "상황 변화무쌍… 선언에 불과" 관점도

■하나금융외환 銀노조 협상 타결<br>외환銀 추스르기에 초점… 하나, 일단 통큰 양보<br>김석동 위원장 이례적 참석 '노사정 합의로 굳히기' 시각

17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하나금융그룹, 외환은행 노동조합 독립경영 보장 등 최종 합의에 관한 기자회견' 에서 김문호(왼쪽부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합의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17일 산고 끝에 나온 노사 합의서에 담긴 철학을 '선의의 경쟁'이라는 표현으로 집약했다. 이는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5년간 보장하지만 그 기간 경영 성과가 부진한 중복 점포나 해외 법인은 도태시킬 것이라는 내용에서 잘 드러난다. 점령군임에도 힘보다는 데이터로써 납득할 수 있게 일을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합의서를 보면 양측이 일종의 명분 쌓기에 충실했음을 느낄 수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달랠 필요가 있었고 외환은행은 일자리를 보장 받아야 했다. 그런 관점에 부합하는 결과물이 나온 셈이지만 하나금융이 더 많은 양보를 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과거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할 당시에는 3년간 은행 명칭을 사용하도록 했지만 이번에는 5년간의 독립경영이 보장됐다.

한편에서는 이번 합의가 일종의 선언에 불과할 수 있다는 현실론도 적지 않다. 경영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하며 지금의 합의도 경영효율이라는 포기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별다른 효력을 갖기 힘들 것이라는 논리다.


이날 김 회장과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간 합의서 체결식에 이례적으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자리한 것은 이번 협상을 사실상 '노사정 합의'로 구속화하겠다는 노조 측의 입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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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외환 추스르는 데 초점=핵심 안건 모두에서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5년간의 독립경영과 은행 명칭 사용은 물론이거니와 임금 체계 및 영업점 유지 등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으로서는 론스타와 하나금융으로 이어진 일련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크게 움츠러든 외환은행의 역량을 추스르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으로 한발 더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은 비교적 작업이 간단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가맹점을 공동 사용하는 방안부터 손볼 것으로 보인다. 은행 쪽도 기업 및 국제금융에서 강한 외환은행과 프라이빗뱅킹(PB)에 강한 하나금융의 시너지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굳이 촌평을 하자면 중립"이라며 "외환은행 입장에서 보면 다시 영업 전선에서 뛸 의욕을 갖게 되겠지만 5년간의 독립경영 보장으로 양측이 시너지를 내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나가 다 내줬다"VS"미래는 모른다"=김 회장은 '다 내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승적 양보보다 신뢰를 쌓기 위한 조치"라고 에둘렀다.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통 큰 결단으로 볼 수 있지만 하나금융 경영진으로서는 방만 경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내부 구성원의 심리적 박탈감을 달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반면 금융 전문가들은 보는 관점이 조금 달랐다. 언뜻 보면 하나금융이 간도 쓸개도 다 퍼준 듯 보이지만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당장의 파국을 막고 투 뱅크체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그때그때 처리해나가며 실리를 챙길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윤용로 행장 체제에서 5년간 독립경영을 하겠다는 약속이 과연 얼마만큼 가능할까"라며 "생존이 걸린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10년 취임 당시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숱한 사람들이 명예퇴직을 당한 사례도 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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