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제거수술로 손발이 불편한 만학도가 입학한 지 24년 만에 서울대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쓰게 됐다.화제의 주인공은 이 대학 약학과 75학번 이다우(44·경기 용인시 구성면 중리)씨.
李씨는 서울대가 동숭동에서 관악산 기슭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 75년 입학했으나 당시 유신독재를 거쳐 10·26사태, 서울의 봄,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과대표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성적불량으로 지난 82년 제적됐다.
李씨는 이후 펜팔로 사귄 한 독일 여성과의 인연으로 독일로 건너가 그곳에서 8년여간 생활하며 독일 통일과정을 지켜보는 등 견문을 넓힌 뒤 지난 91년 귀국, 국내신문사에서 국제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때 李씨에게 불행이 닥쳤다. 평소 머리가 아프곤 해 병원을 찾아보니 악성 뇌종양이었던 것. 동료사원들이 십시일반 거둔 돈으로 지난 93년 일본에서 세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으나 왼쪽 손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결국 퇴사한 李씨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상담실장으로 근무하던 중 뉴스를 통해 재입학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입학동기생인 박정일 교수(약학과)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 97년 특례입학생으로 복학한 뒤 못다 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고교 동창생과 친동생들이 부족한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주는 가운데 『400만 장애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라』는 교수님의 격려로 고통을 감내했다.
한번도 수업에 빠지지 않았다는 李씨는 실험실습과 리포트 작성을 자기 일처럼 도와준 후배들의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아직 약사고시의 관문을 남겨두고 있는 李씨는 『장애인을 비롯해 몸이 성치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과 건강을 되찾아주는 약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