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합의 데드라인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한 주요 노동현안에 대한 논의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15일 노사정위에 따르면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구성원들은 주말인 13~14일에도 모여 회의를 이어갔으나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그나마 취약 근로자 소득 향상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정비에는 중지가 모아졌다.
가장 큰 쟁점은 근로시간 단축과 60세 정년 연장, 통상임금 등의 3대 현안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정작 개별 이슈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각자 주장이 있어 개별 현안에 대한 논의만으로는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할 수 있으므로 패키지로 함께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결국 밀고 당기던 끝에 노사정 3자 협의체가 생산적 노사관계의 발판을 마련한 스웨덴의 '살트셰바덴' 협약과 같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가 불안하고 유럽에서 가장 파업이 많은 나라 중 하나였던 스웨덴은 1938년 체결한 이 협약이 변곡점이 됐다. 노동시장위원회ㆍ임금협상ㆍ노동자해고ㆍ노동쟁의 등 4개 조항에 대해 노동자들은 경영자들의 지배권을 보장하고 경영자들은 일자리 제공과 기술투자에 힘쓰면서 상호 포용에 기반한 노사합의주의의 원형을 창출했다. 하나의 노사협상이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협약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우리 역시도 1997년 IMF 경제위기를 맞아 공공ㆍ금융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며 국난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이나 2008년 말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일자리 나누기와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를 이끌어 낸 선례가 있다.
이번에 노사정위는 오는 19일 구조개선특위 전체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기본방향을 채택한 뒤, 22~23일께 주요 경제단체장과 한국노총 위원장, 정부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본회의에서 새로운 노동시장 구조의 큰 틀을 구축하는 사회적 대타협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이 같은 기본합의가 도출돼야 내년 상반기까지 후속 세부과제에 관한 합의를 이어갈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총 입장이 관건인데 협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그래야 합의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번에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노동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기업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노사정위의 존재 의미 역시 퇴색되며 무용론이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조만간 발표할 비정규직 종합대책도 대타협 이후로 미뤄뒀다. 아울러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 등 정부가 마련한 대책에 대해 노사정위 테이블 위에서 논의가 이뤄진 뒤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있어 현재 수준의 임금ㆍ비용 총액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격차 완화와 동시에 기업 부담이 지나치지 않도록 비용중립·비제로섬(non zero-sum) 원칙을 추구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