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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종목의 한 해를 돌아보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진기명기를 감상하는 일이다. 세계 골프 최고봉들만 모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매년 환상적인 플레이가 심심찮게 나온다.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닷컴이 21일 2012시즌 PGA 투어 최고의 샷 10개를 선정했다.
올해 최고의 샷 중 3개가 지난 4월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나왔다. '명인열전'마스터스에서는 우승자를 점지한다는 골프의 신(神)도 깜짝 놀랐을 법한 묘기가 속출해 갤러리의 탄성이 애틀랜타주 조지아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코스에 울려 퍼졌다.
마스터스 최고의 샷은 아무래도 왼손잡이 버바 왓슨(미국)에게 그린재킷을 안겨준 마법의 훅 샷이었다. 왓슨은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과 10언더파로 동률을 이룬 뒤 18번홀 연장전에서도 비겨 10번홀(파4ㆍ495야드)에서 두 번째 연장전을 치렀다. 왼손 골퍼 왓슨은 티샷을 멀리 날렸지만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나 나무가 그린 쪽 시야를 가린 상황을 맞았다. 웨지를 이용해 휘두른 샷은 왼쪽을 향해 출발한 뒤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는 커다란 각도로 오른쪽으로 휘어져 그린 위로 올라갔다. 2퍼트로 파를 지켜낸 왓슨은 보기를 기록한 웨스트호이젠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웨스트호이젠이 이날 2번홀(파5ㆍ575야드)에서 날린 두 번째 샷도 눈부셨다. 253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볼이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진 뒤 30m가량을 구르더니 깃대와 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마스터스 역사상 2번홀에서 기록된 첫 알바트로스(더블이글ㆍ기준타수보다 3타 적은 타수로 홀아웃)였다.
'쇼트게임 달인'필 미컬슨(미국)이 마스터스 3라운드 15번홀(파5) 그린 주변에서 높이 띄워 올려 홀 옆에 바짝 붙인 플롭 샷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6월 시즌 2번째 우승을 거둔 메모리얼 토너먼트 최종일 16번홀(파3) 플롭 샷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린 뒤편 깊은 러프에서 15m 거리의 내리막 경사를 남겨둬 공략이 매우 까다로웠던 상황. 볼은 3~4m 높이로 부드럽게 떠올랐다가 그린 바로 안쪽에 떨어졌고 슬금슬금 구르기 시작한 볼은 7m 정도를 굴러 그대로 홀 속으로 사라졌다. 우즈와 이 대회 주최자인 잭 니클라우스 모두 최고의 샷으로 평가한 샷이었다.
닉 와트니(미국)가 6월 US 오픈(샌프란시스코 올림픽CC) 1라운드 17번홀(파5)에서 터뜨린 알바트로스 샷과 어니 엘스(남아공)가 개인통산 4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결정지은 7월 브리티시 오픈(영국 로열리덤) 최종라운드 18번홀 4.5m 버디 퍼트 등도 베스트 샷 리스트에 포함됐다. 브랜트 스니데커(미국)가 9월 투어 챔피언십 최종일 17번홀(파4) 그린 주변에서 홀인 시킨 8m 거리의 절묘한 칩 샷은 그가 페덱스컵 우승 보너스 1,000만달러를 차지한 발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