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정적자폭 늘어 SOC 축소·추가 세입대책 불가피

2014년 예산안 편성 시나리오<br>고소득자 탈세방지 주력 예상<br>복지정책 일단 원안대로 가지만 임기중반 증세·공약축소 갈림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년도 예산안 수립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앞으로 2014년도 정부 예산안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편성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 추세라면 내년도 재정적자 폭이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와 중장기적인 세입확충안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내년도 재정수지(관리대상수지 기준) 전망을 1조원 흑자에서 5조5,000억원 적자로 수정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내년으로 잡았던 재정흑자 달성 시기를 오는 2016년(7,000억원 흑자)으로 3년 미룬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정전망도 달성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재정의 수입과 지출 부문 양측에서 모두 악재가 현실화하고 있는 탓이다.

국회계획예산처는 당장 내년에만 해도 30조원에 육박(29조7,000억원)하는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내년 성장률의 하향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하면서 전제로 삼으라고 지시했던 성장률은 4.0%.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6%로 내다보고 있으며 하반기 중 추가적인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하면 재정수입은 1조원 정도 감소한다는 게 재정학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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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공약 달성을 위해 추진하겠다던 세입확충 방안 역시 초기부터 잇따라 차질을 빚는 형편이다. 우선 탈세 등을 막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정보를 국세청이 공유하도록 하겠다던 이른바 FIU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강도보다 크게 약화됐다. 소득공제 등의 비과세ㆍ감면을 줄여 소득세를 더 걷겠다던 정부의 세법개정안 역시 중산층의 반발로 발표 닷새 만에 증세 대상이 축소(총 급여 과표 기준 3,460만원 이상 계층→5,550만원 이상 계층)됐다.

내년부터 지방재정 수요가 급증하고 정부의 세외수입 확충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점도 악재다. 앞으로 취득세 영구인하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큰 구멍이 날 것이므로 정부가 이를 메워줘야 하는 탓이다. 또한 지방의 무상보육사업비도 정부가 계속 지원해줘야 한다. 세외수입의 경우 2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던 정부의 산업은행 지분매각이 최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으로 사실상 물 건너가는 상황에 빠졌다.

따라서 정부가 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마친 후 편성하게 될 예산안의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전망된다. 우선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이다. 특히 지방의 사회기반시설(SOC) 건설공약 사업 등을 중심으로 정부 재정지출 축소가 예상된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현재 지방 SOC 공약의 상당수를 재정사업이 아닌 민자사업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공약 중 복지사업은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일단 원안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세입대책으로는 고소득 자영업자, 역외투자자, 고액금융자산가, 전문직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 탈세 방지대책이 추가로 추진되리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 수정으로도 세입공백을 다 메우기 어려울 수 있다고 조세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따라서 정부 임기 중반기에는 본격적인 증세에 나서거나 복지공약을 일부 축소ㆍ폐기하는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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